탄산탈수효소 내 금속 이온의 새로운 역할 규명
결합의 입체적 구조변화로 효소 활성 달라져
Nature Comm. 논문 발표
국내 연구진이 단백질 효소의 활성이 내부 금속이온의 종류별로 달라지는 원인을 밝혀냈다.
14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확과 김철민·김채운 교수 연구팀이 탄산탈수효소 활성부위의 3차원 구조변화를 추적해 효소 속에 금속이온(금속 보조인자)이 효소 반응을 조절하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탄산탈수효소는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잘 녹는 탄산형태로 바꾸는 것을 돕는 효소로 자연상태에서 아연 이온(Zn2+)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아연 이온을 유사한 화학적 성질을 갖는 다른 금속이온으로 바꾸면 효소의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번 연구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금속 이온 주위의 '입체적 기하구조'가 효소의 활성 정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입체적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효소 활성을 조절하는데 하나는 입체적 구조가 반응물이 효소에 달라붙고 생설물이 효소에서 떨어지는 비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응물이 효소 활성 부위에 잘 달라붙고 생성물은 잘 떨어져야 효소의 활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입체구조가 주변 물 분자의 구조와 배치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도 효소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 효소 내에 존재하는 물 분자는 반응물을 생성물로 바꾸는 반응에 직접 참여하거나 반응물과 생성물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김채운 교수는 “효소 내에 미량 포함된 금속 이온이 광범위하고 섬세한 작용을 통해 효소 활동을 총괄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압력 금속 냉각 기법을 이용해 효소 반응이 일어나는 짧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으며, 4종류의 금속이온을 갖는 효소, 금속이온이 없는 효소 결정을 이 기법으로 제족하고 X-선 결정학 기법으로 분석해 이와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 김진륜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효소 반응의 중간단계를 포착하기 위한 수년 간의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철민 교수는 “금속이온의 역할을 ‘루이스 산’(Lewis acid)으로 한정하면, ‘원자가 전자수’가 동일한 구리 이온(Cu2+), 코발트 이온(Co2+) 등을 보조인자로 사용했을 때 효소 활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금속 보조인자의 또 다른 역할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루이스 산이란 화학반응에서 잔자쌍을 받는 수용체를 일컫는 표현으로 탄산탈수효소 내 아연은 2가 양이온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극성분자인 물 분자의 산소로부터 전자쌍을 받는 루이스산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물 분자가 수소인온과 수산화이온으로 분리되고 수산화이온은 이산화탄소를 중탄산이온으로 바꾸는 직접적 역할을 한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9월 11일자로 논문명 'Elucidating the role of metal ions in carbonic anhydrase catalysis'로 발표됐으며,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연구의 결과물은 단백질의 촉매기능의 최적화를 비롯해 단백질공학, 생명공학 모든 분야에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하며, 약물표적의 발굴, 금속유기골격체 관련 연구는 물론, 거대분자의 물성과 생리의학적 활성에 대한 이론·계산화학, 시스템생물학 연구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