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맴돌이거저리 유충과 장내 균총, 플라스틱 완전 생분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

포스텍

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저리과 곤충이 먹어 치울 수 있는 것으로 처음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와 통합과정 우성욱씨 팀은 안동대학교 송인택 교수와 공동연구로 딱정벌레목의 곤충인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이 분해가 매우 까다롭다는 폴리스타이렌을 생분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응용 및 환경미생물 분야의 전통적 권위지인 ‘응용·환경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rcobi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썩어 분해되는 데까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걸리는데, 비닐봉지는 10~20년, 나일론 제품이나 1회용 빨대는 30~40년, 흔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생수통은 500년이 지나야 분해된다.

2017년도까지 전 지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83억 톤이 생산됐으며, 그중 9% 이하만이 재활용됐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6% 정도를 차지하는 폴리스타이렌은 특이한 분자 구조 때문에 분해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맴돌이거저리(학명:Plesiophthalmus davidis Fairmaire, 1878)/사진=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과 성충은 모두 숲의 썩은 나무 속에서 서식하며, 종종 민주름버섯류를 먹고, 한국(강원, 경기, 충남북, 전남북, 경남북), 중국(북부, 중앙지역), 동양구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이 폴리스타이렌을 먹어 질량을 줄일 수 있고 소화후 폴리스타이렌의 분자량이 낮아지는 것을 연구진이 발견하고, 산맴돌이거저리의 유충에서 장내 균총을 분리해 폴리스타이렌을 산화시키고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장내에서 세라티아(serratia:1~5 마이크로미터(μm) 정도 크기의 그람 음성간균이 속해 있는 속(genus))를 분리해 동정(물질의 소속과 명칭을 정하는 일)했다.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에게 폴리스타이렌을 2주간 먹였을 때 장내 균총 구성에서 그 비율이 6배로 늘어나 전체 균들의 33%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스티로폼을 먹고 있는 거저리 유충/사진=포스텍

특히 이러한 장내 균총의 경우 일반적인 곤충과 다르게 매우 간단한 종 군집(6속 이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기존까지 발견된 폴리스타이렌 분해 곤충은 배설물에서도 잔여 폴리스타이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지속해서 분해가 가능한 박테리아를 이용해야만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맴돌이거저리 유충의 '독특한 식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뿐만 아니라 거저리과나 썩은 나무를 섭식하는 곤충들이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충의 간단한 장내 균총 구성과 장내 균총 내에 폴리스타이렌 분해 균주를 이용해 이전까지 진행 할 수 없었던, 균총을 이용한 폴리스타이렌의 효과적인 분해 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차형준 교수와 우성욱 씨/사진=포스텍

해당 연구의 제1저자인 우성욱씨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곤충을 활용한 연구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꿈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차형준 교수를 직접 찾아가 지도를 받으며 실험에 몰두한 결과물이라고 전해졌다. 

교신저자인 차형준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산맴돌이거저리 유충과 장내 균총이 플라스틱을 완전 생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며 “이 연구에서처럼 분리・동정한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완전 분해가 어려웠던 폴리스타이렌을 생분해할 수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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