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능 회복시키는 자가세포치료제 개발
줄기세포치료제 문제점 부작용 2가지 모두 해결
산재전문공공병원과 시너지 기대...eLife 논문게재
루게릭병 등 질환에도 적용 가능

연구진사진-김정범 교수(좌측)과 이현아 연구원/사진=UNIST
연구진사진-김정범 교수(좌측)과 이현아 연구원/사진=UNIST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힘든 척추뼈 안의 신경조직인 '척수'의 손상을 치료하는 연구가 발표돼 화제다.

UNIST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에 유전인자 두 종을 주입해 척수를 구성하는 '운동신경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제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와 같은 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 뿐만 아니라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되는 루게릭병과 같은 질환도 치료할 길이 열렸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제작된 운동신경 세포의 손상 재생능력을 확인했으며 임상 적용을 위해 필요한 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상업화 가능성이 밝다고 설명했다. 

척수는 뇌의 신호를 팔과 다리로 전달하거나 역으로 신체에서 느낀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신호수 역할을 한다. 척수 손상은 사고나 질병에 의해 척수가 손상되어 뇌와 신체 사이에 신경전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운동, 감각 등의 마비를 초래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만명이 척수손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수손상 부위 이하에서 운동신경의 마비로 움직임을 잃게 되고 감각을 소실하게 되며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방광과 장 운동 조절에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척수손상 후 신경세포사멸과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세포사멸이 영구적으로 운동기능을 상실하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수손상 동물모델을 이용한 운동신경세포의 생체 내 특성 및 치료효과 검증/UNIST

이런 척수 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치료 및 수술요법이 있으나 그 효과가 작고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세포 치료제'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과 암 발생 가능성을 모두 해결

척수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중 운동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동신경 세포를 배아줄기세포 및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얻으면 암 발생 가능성이 있어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이미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 기술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전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제였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범 교수 연구팀은 원하는 목적 세포를 피부세포에서 바로 얻는 직접교차분화 기법을 이용해 운동신경 세포를 제작했다. 

환자 피부세포에 두 종류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해 세포가 암세포로도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능세포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가 운동신경 세포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기존 줄기세포치료제의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과 암 발생 가능성을 모두 해결했다.

개발된 운동신경 세포 제작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 임상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세포가 필요한데, 기존의 직접분화기법(다 자란 성체세포를 다른 조직의 세포로 세포운명을 전환시켜 직접 분화하는 방법)은 얻을 수 있는 세포 수가 제한적이었다.

운동신경세포 제작 과정과 척수손상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 검증/UNIST

반면 연구팀 개발한 방법은 세포 자가증식(Self-renewal)이 가능한 중간세포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제작된 세포를 척수손상 실험쥐에 주입한 후, 상실된 운동기능이 회복되는 것과 손상된 척수조직 내에서 신경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김정범 교수의 창업기업인 ‘(주) 슈파인세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성과는 유럽분자생물학회의 저명한 학술지 ‘이라이프 (eLife)’ 온라인판에 6월 23일자로 발표됐다.

김정범 교수는 “기존의 운동신경 세포 제작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직접교차분화 기술을 개발했다”며 “제작된 운동신경 세포를 척수 손상을 보호하고 세포가 잘 생착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제와 결합할 경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척수 손상은 산업 재해에 의한 발병률이 높아 울산에 건립 예정인 산재전문 공공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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