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악화, 땀의 발생 부위와 일치해 '한포진'으로 명명
물집은 땀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중금속, 화학약품 등 자극물질이 원인이 될수도
증상은 가려움증, 열감, 따가움
예방은 스트레스 관리·피부 보호

한포진(급성 수포성 수부 습진)/서울아산병원

손이나 발에 작은 물집들이 생기고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한포진(Acute vesiculobullous hand eczema)'에 대해서 알아본다. 

최근 서울의 한 주부 A씨는 손바닥이 화끈거리면서 작은 물집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가렵고 물집들이 커지게 되면서 동네 피부과를 찾았다. 주사도 맞고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며 호전되길 바랬지만 물집들이 심해진 A씨는 피부과 소견서를 들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와 처방된 알레르기 약 등을 복용하고 연고를 바르면서 한달이 넘게 지난 후에야 A씨의 손은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와같은 손·발바닥이나 손가락 옆쪽에 투명하고 아주 작은 물집이 잡히는 비염증성 수포성 질환을 한포진이라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한포진은 자가 면역성 수포성 질환으로 무좀, 농포성 건선, 접촉 피부염, 손발 습진 등과 같은 손발에 발생하는 피부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이나 세제 등 자극 물질에 노출이 많은 주부나 약제를 다루는 미용사, 간호사 등에서 주로 발병한다. 따뜻한 기후에서 더 잘 발생되며 환자에 따라서는 매해 여름철에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한포진의 물집은 일반적으로 3주 정도 지속되며 심한 가려움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집이 마르게 되면 비늘처럼 벗져지기도 하고, 같은 자리에 재발이 잘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한포진의 발병 원인은 여름철에 더 악화되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땀의 발생 부위와 일치해서 한포진이라 명명되었으나 조직검사소견상 물집은 땀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처럼 아토피 피부질환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으며, 정서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동안에 더 많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로나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고 한다. 

코발트와 니켈 등의 중금속에 노출되었거나 민감한 피부일수록 더 잘 발생한다. 세제, 고무장갑, 화학약품, 기름 등 자극물질이 원인이 될 수 있고, 경구 피임약이나 아스피린의 복용, 흡연 등이 한포진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사진=대한피부과학회

증상은 가려움증, 열감, 따가움

초기에 가려움증이 있고, 이런 가려운 증상은 물이나 비누에 접촉하면 더 심해지며 점차 습진성으로 바뀌게 된다. 투명하고 잘 터지지 않는 1~2mm 정도의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손바닥이나 손가락 측면에 발생하며 열감, 따가운 느낌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작은 물집들이 서로 합쳐져서 큰 물집을 형성하기도 하고 물집 안의 내용물은 맑다가 점차 탁해지기도 한다.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이 가능하지만 40세 이전에 잘 발생한다. 물집이 마르고 없어지면 피부색은 붉어지는데, 피부 장벽이 약해져 심하게 긁으면 세균 감염의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서울삼성병원에 따르면 물집이 있을 경우에는 하루에 3-4차례 멸균생리식염수를 사용하여 물 찜질이 필요하고, 물집에 사라진 후에는 국소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먹는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의 장기 복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므로 주의해야 하며 다른 치료의 효과가 없을 경우, 자외선과 결합한 특수 광선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한의원에서는 한포진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과 과로를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간의 해독기능을 높여주는 요법과 장내정상세균을 길러 독소와 부패균을 억제할 수 있는 생식유산균요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방은 스트레스 관리와 피부 보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한포진은 검증된 예방법도 없다고 한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화학물질에 노출을 피하거나 보습과 보호장갑을 끼는 등의 피부 보호가 필요하다. 

비닐장갑은 화학물질로부터 손을 보호해 줄 수 있으나 장갑 밑에 땀이 차서 짓무를 수 있으므로 비닐장갑 속에 흰 면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하루종일 착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가려움이 심할 경우, 시원한 습포를 적용하면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은 2~3주 지나서 표피탈락과 함께 저절로 사라지나 재발 경향이 높다. 약 80%에서 손에만 한포진이 발생하고, 손가락에 발생할 경우에는 손톱에 변형을 줄 수도 있다. 

한포진은 무좀과 달리 타인에게는 전염시키지 않으나 물집을 터트리면 주변으로 병변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 발병하면 계절이나 스트레스에 따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으며, 손을 씻을 때는 너무 오랜 시간 씻지말고 씻은 후 물기를 잘 말려주는 게 좋다고 한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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