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에 계신 아버지의 고군분투 모습
국내 화학산업부문 주로 오프라인...왜?
우리 중소화학 기업제품이 국내시장 넘어 해외까지

어릴 적 아버지의 화학약품 가게에 들어서면 접착용 화학제품 등으로 내 코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취의 접착제를 개발해 특허를 내시기도 했던 아버지는 대만 수출 계약 등의 경험을 갖기도 했지만 여러 어려움 끝에 결국 화학산업군에서 십년 넘게 지속해온 사업을 접고야 말았다.

그 시절 이런 서비스가 있었다면 아버지는 화학산업군에서 지금까지 활약하고 계셨을까.

화학산업 B2B 플랫폼 '켐녹'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이비즈의 이태영 대표를 만났다.

온라인 활성화를 이루지 못한 국내 환경에서 중소기업의 화학제품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그동안 잊고 지낸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켐녹'의 이태영 대표
'켐녹'의 이태영 대표

아버지의 고군분투와 아들의 호기심

Q. 켐녹이라는 플랫폼을 시작하게 된 계기

A. 이 플랫폼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내 가정환경과 관련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릴 적부터 부산에서 산업에 쓰이는 접착제와 테이프 유통업을 하셨다. 내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신규 거래처를 찾기 위하여 잦은 출장과 항상 전화기를 붙잡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까지도 항상 바쁘신 아버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면서 먼 지방에 있는 회사들을 찾아가서 영업을 하는지. 제품 정보를 일일이 전화로 받는지 정말 궁금해 이유를 여쭤볼 때마다 아버지는 "인터넷에는 원하는 만큼의 정보가 없다"라는 대답을 주셨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도 아버지의 답변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전공이 중국어와 경영학인 나는 우연히 중국 화학제품을 취급하는 무역상사에서 번역업무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업체 정보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무작정 검색하여 전화를 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일일이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때 알게 된 것은 해외 제품은 해외 화학산업 플랫폼이 있어 쉽고 편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이 사업 아이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 돼있는 국내에서 왜 유독 화학 산업부문은 다 오프라인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호기심. 이것이 '켐녹'의 출발이다.

켐녹의 서비스 가치 ⓒ켐녹

Q. 국내 화학 중소기업들의 온라인 서비스 실정은.

A. 현재 국내 기업들은 홈페이지가 있어도 관리가 잘 안 되어 최근 제품들이 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과 제품 데이터를 모으고 검색과 마켓기능을 만들어서 기업들을 확보하면 포털서비스보다는 전문화된 산업 검색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Q. 켐녹을 준비하면서 2020년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나.

A. 그렇다. '우리 중소기업 화학제품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준비하였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켐녹'의 이태영 대표 

'해외 수출지원 플랫폼', 화학산업 단어·용어들을 번역기에 학습시킨 정교한 번역 제공

Q. 준비하고 있는 '해외 수출지원 플랫폼'의 주요 기능은.

A. 국내 기업은 한글로 국내용 켐녹에 기업과 제품 정보를 한 번만 등록하면 된다. 켐녹이 제공하는 번역기를 통해 기업·제품 정보는 영어 번역 후 수출지원 플랫폼에도 자동 등록된다. 

일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단순 번역과는 달리 화학산업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용어들을 다시 번역기에 학습을 시켜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에게 오류없이 전달할 수 있다. 단순한 예로 '수지'라는 단어를 번역했을 때 일반적으로 고유명사 'Suzy'로 번역이 되는 반면 우리의 번역기는 이를 'Resin'으로 정확히 번역할 수 있다. 이러한 단어와 용어는 사용자들이 등록하는 키워드, 제품명 등을 바탕으로 학습시킨 것으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국내용 켐녹과 해외 수출지원 플랫폼/켐녹

Q. 켐녹의 지속운영을 위해서 향후 가지고 계신 계획은.

A. 사실 하루하루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기본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지금 이미 국내용 켐녹을 베타서비스로 출시했다. 다음 버전인 수출지원 플랫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등록이 절실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부딛혀가며 고객을 확보하고 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 또한 올 해처럼 계속해서 정부 지원사업도 찾아서 인건비를 충당하고 데이터 확보에 힘쓰고자 한다. 


화학은 우리 주위에 항상 있었던 것, 정밀화학 제품들의 제조·판매는 대다수가 중소기업

Q. 앞으로 켐녹과 관련한 포부와 국내 화학산업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

A. 사업을 기획하고 공부하면서 화학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은 화학산업이라 하면 대부분 석유나 어려운 학문으로 떠올리는 것 같다. 접착, 고무, 코팅, 플라스틱 등 정밀화학 제품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또 이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영업, 마케팅 등 많은 기업 애로사항을 지니고 있다. 켐녹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국내외 모두에서 기업과 제품을 알리고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켐녹을 화학산업의 '네이버'로 만들고 싶다. 현재 오프라인에 분산되어 있는 기업과 제품 정보를 온라인 데이터화 하여 기업들의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 

켐녹 웹서비스 소개
켐녹 웹서비스 소개 ⓒ켐녹

화학산업 B2B 플랫폼 '켐녹'

지난달 20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캠녹(Chemknock)'은 채널톡 기준 1248명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등록된 화학기업 수는 총 1187건이며, 등록된 제품 수는 총 9106건이다.

켐녹은 화학산업과 관련한 어떤 기업이든 제품을 홍보할 수 있으며, 회원 가입 후 기업 정보 등록으로 기업별 무료 온라인 전시관이 개설되고, 이를 통해 제품 등록을 진행하면 된다. 

해외에는 이미 다양한 화학제품 B2B 플랫폼들이 출시돼 기업 홍보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켐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이비즈는 2020년 하반기 해외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화학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켐녹 글로벌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켐녹-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제공 ⓒ켐녹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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