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성능좋은 반도체 개발 시도 '모어 무어'의 움직임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 소자 구현, 2차원 전극 물질 새로 합성해야
금속합금 원료에서 증발한 텔루륨 기체 가두는 공법
특정 금속에 텔루륨 적당량 첨가, 낮은 온도에서 액화
결함 없고 우수한 물성·비용절감

 (우측부터) 권순용 교수, 송승욱 연구원(제1저자), 심여선 연구원. 손에 들리 실리콘 기판은 연구에 사용된 실린콘 기판과 같은 크기의 상용화된 실리콘 기판이다/사진=UNIST

국내 연구진이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의 소자(회로) 구현에 걸림돌이던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4인치 직경의 실리콘 기판에 원하는 형태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UNIST 신소재공학부 권순용 교수 연구팀은 금속합금원료(NixTey, 니켈텔루륨 화합물)에서 증발한 텔루륨(Te) 기체를 특정 공간에 가두는 공법으로 2차원 전이금속 텔루륨화 화합물을 제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반도체 칩의 성능을 높이려면 칩을 구성하는 개별 소자를 아주 작게 만들어야 한다. 기존 실리콘 소자의 소형화·집적화에는 한계가 있어 그래핀과 같은 얇은 물질을 활용한 모어 무어(More Moore) 반도체 소자 개발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반도체 소자는 실리콘과 같은 전기 흐름을 조절하는 물질인 반도체와 금속, 절연체(전기가 안 통하는 물질)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의 경우 단위 소자 여러 개가 집적돼 있다. 

무어의 법칙은 2년 주기로 이 소자 집적도가 2배씩 향상된다는 것인데, 소자 집적도가 높아지면 반도체의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Earle Moore)가 1965년도에 내놓은 것으로 소자 집적의 한계로 인해 2016년 2월 무어의 법칙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맞았다. 

이 법칙이 깨진 뒤 실리콘이 아닌 다른 물질을 써서 더 작고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시도인 '모어 무어'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새로운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은 원자 층 수준 두께로 얇아 그래핀 등의 반도체 소재에 적용돼 '반도체 소자 미세화'를 앞당길 전망이다. 

 '모어 무어(More Moore)' 초미세 반도체 전극 개발/UNIST

반도체 소자는 ‘전자가 원하는 때에 특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칩 하나에 더 많은 소자를 넣겠다고 개별 소자를 작게 만들면 전자가 원치 않는 데로 흐르는 현상(터널링 효과)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매우 얇은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사용하려는 논의가 있지만, 이에 걸맞은 전극은 개발되지 않았다. 반도체 소자에는 금속이나 절연체 등도 함께 들어가는데, 반도체 물질만 바꾸면 높은 ‘에너지 장벽(Schottky barrier)’이 나타나 전자 이동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2차원 전극 물질도 새로 합성해야 한다.

쇼트키 배리어는 서로 다른 에너지 밴드를 갖는 금속과 반도체가 맞닿는 경우 전자가 넘어야 하는 에너지 장벽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권순용 교수팀은 초미세 반도체의 전극 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2차원 텔루륨화 화합물(Transition Metal Ditelluride)’을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텔루륨화 화합물은 2차원 반도체 소자에 적용 가능한 전극 물질로 알려졌지만, 텔루륨(Te) 자체가 불안정한 물질이라 화합물을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금속합금 원료에서 증발한 텔루륨 기체를 가두는 공법’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제1저자인 송승욱 UN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구리(Cu)나 니켈(Ni) 같은 특정 금속에 텔루륨을 적당량 첨가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액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런 액체에서 방출되는 텔루륨 원자들을 가두어 반응시키는 성장기법을 써서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대면적으로 합성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합성된 2차원 전극 물질은 합성 중 결함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기계적으로 떼어낸 2차원 물질과 견줘도 좋을 정도로 우수한 물리적·전기적 물성을 나타냈다. 또 전체 공정이 500℃ 미만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몇 분 만에 진행돼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대면적 기판 위에 합성된 2차원 전이금속 텔루륨화 화합물을 묘사한 모식도/UNIST

연구팀은 새로운 2차원 전극 위에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을 올리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의 에너지 장벽이 이론치에 가깝게 아주 낮았고, 그만큼 전자 이동이 쉬워졌다.

기존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는 이온을 주입해 에너지 장벽을 넘는 전자수를 늘렸는데, 이 방법은 소자가 작아지면서 회로 선폭이 줄어들어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전극 물질은 이러한 공정없이 반도체 접합 면에서 전자 이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권순용 교수는 “새로 합성한 금속 전극과 반도체 접합의 결함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상적인 ‘쇼트키-모트 법칙(에너지 장벽의 크기를 결정하는 이론)’을 따르게 된다”며 “특히 상용 금속 배선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에너지 장벽 제어가 가능해 추가연구를 통해 N형과 P형 양쪽성을 가진 차세대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합성된 나노소재는 매우 얇고 투명하므로, 투명 유연 전자소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나노소재의 물리적으로 독특한 에너지 밴드 성질 덕분에 전자주입의 효율적 제어가 필요한 광스핀트로닉스 등 기초 연구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성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4월 20일자로 출판됐다. 논문명은 'Wafer-scale production of patterned transition metal ditelluride layers for two-dimensional metal-semiconductor contacts at the Schottky-Mott limit'이다.

또한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뉴스 앤 뷰스(News & Views)에 소개됐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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