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발 신농약 美 환경청 등록 첫 사례…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500억 원 매출 기대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듯이 잡초(새포아풀)만 방제
연내 호주·남아공 상용화 이어 캐나다·유럽으로 진출 계획

국내서 개발한 '잔디 제초제', 전 세계 1위 미국시장 첫 진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농약 잔디 제초제가 전 세계 1위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농약 수입국인 한국이 전 세계 잔디 제초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 신농약을 수출하는 건 최초이다.

한국화학연구원과 ㈜목우연구소는 공동으로 개발한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이 지난달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이는 미국 수출길이 열린 것이며, 미국 환경청에 농약을 등록하는 건 미국 식약청(FDA)의 신약 등록에 준하는 일이다.

메티오졸린은 골프장과 스포츠 필드, 가정정원 등 잔디조성지에 쓰이는 제초제로,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듯이 잡초(새포아풀)만 방제하여 제초효과가 탁월하다.

메티오졸린(Methiozolin, C17H17F2NO2S)

메티오졸린의 화학구조

메티오졸린은 isoxazoline계통의 신물질이다. 이 신물질은 세계적으로 별로 진행되지 않은 계통이다. 1991년 일부 화합물이 유채에 대해서 안전성이 있고 발아전처리로 잡초들을 방제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후로 유도체의 합성과 벼 제초제로서의 생물활성에 대해 보고되었으나 특기할만한 활성이 없었고 상업화된 물질도 전무하였다. 구석진과 황기환은 2007년 이 물질이 잔디 제초제로서 유효하다고 보고한 후에 isoxazoline유도체 중 최초로 2010년 잔디 제초제로 상업화개발이 되었으며 메티오졸린이라는 일반명이 부여되었다. 
[출처=목우연구소-신규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 개발 ]

새포아풀은 골프장에서 방제하기 가장 까다로운 잡초로 꼽힌다. 열대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는 잔디와 비슷한 잡초인데, 잔디 병을 유발하는 병균의 숙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여름철에는 말라 죽고 겨울철에는 얼어 죽기 때문이다.

메티오졸린이 기존 제초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잡초(새포아풀)를 완전히 제거한 모습. [사진 출처=한국화학연구원]

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추운 날씨에도 초록색을 유지하여 온대~냉대에 걸쳐 재배됨)와 새포아풀은 거의 같은 식물 계통이어서 기존에는 한지형 잔디 내에서 새포아풀을 선택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보통 한국 잔디라 불리는 난지형 잔디(겨울에는 휴면에 들어가며 온대~열대에 걸쳐 재배됨)에서 새포아풀을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는 있으나, 최근 새포아풀에 이들 기존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이 크게 발생해 난지형 잔디에서 새포아풀 방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 세계 잔디 제초제 1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메티오졸린으로, 상품명은 국내에서는 ‘포아박사’, 국외에서는 ‘PoaCure’이다. [사진 출처=한국화학연구원]

메티오졸린은 독창적인 화학구조와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져, 기존 제초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새포아풀뿐 아니라, 한지형 잔디에서도 새포아풀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제초효과가 매우 느리게 발현되어 골프장 등 잔디조성지의 미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메티오졸린 살포 후 2주간 잔디조성지의 외관상 변화 없이 새포아풀의 생장만 저해하다가 4~6주 후에는 잔디가 차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김형래·(故)유응걸 박사팀이 2002년 메티오졸린을 벼 제초제로 개발했으나 상용화되진 않았고, 2007년 ㈜목우연구소로 기술이 이전된 후 잔디 제초제로서의 용도가 밝혀졌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 고영관 박사팀과 ㈜목우연구소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메티오졸린의 대량생산공정을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현재 국내·외 6개국에 관련 공정특허를 등록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이혁 본부장은 “출연연과 산업체가 공동연구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신농약을 개발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국내 신물질 R&D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메티오졸린이 처리된 골프장으로, 잔디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잡초(새포아풀)만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모습(노란색: 새포아풀). 메티오졸린 처리 후 색상은 변하지만 잔디와 섞여 있다가 새포아풀만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잔디가 채우게 된다.
메티오졸린이 처리된 골프장으로, 잔디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잡초(새포아풀)만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모습(노란색: 새포아풀). 메티오졸린 처리 후 색상은 변하지만 잔디와 섞여 있다가 새포아풀만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잔디가 채우게 된다.  [사진 출처=한국화학연구원]

메티오졸린은 이미 2010년 농촌진흥청 농약으로 등록된 후 ‘포아박사’라는 상품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누적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 일본 농림수산성에 등록 및 출시된 데 이어, 202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연내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상용화되며, 점차 캐나다와 유럽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만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저항성 잡초 방제용 신규 밭 제초제 개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새포아풀 방제 전문 잔디제초제 메티오졸린 글로벌 사업화 개발’ 및 ‘신규 잔디 잡초관리제 사업화’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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