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 관련 전용 소프트웨어가 없는 보건소들
결국 민간 소프트웨어 업체에 진료기록부 자료 통째로 맡기는 수 밖에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휴·폐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의 보관과 발급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온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이 안되고 있다. 

폐업한 이비인후과의 진료기록부를 발급받기 위해 보건소에 연락한 A씨는 당황스러웠다. 보건소에서 전자 진료기록을 넘겨받았지만, 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해당 업체에 의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감기와 알레르기 질환이었지만 동의 없이 업체에 기록을 넘기는 게 영 찜찜했다. 병원 원장은 유학을 떠나 연락이 어렵다고 했다.

 B병원은 폐업하며 보건소에 진료기록부가 담긴 하드웨어 본체를 통째로 맡겼다. B병원의 환자였던 C씨는 보건소에 찾아와 진료기록부 발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망가져 즉시 발급이 불가능했다. 결국 보건소가 직접 비용을 부담해 하드웨어를 복구한 후에야 C씨는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폐·휴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토록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으며,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2017년 휴·폐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보관 절차 마련을 추진하기 위해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7년도 의료법 개정사항 중 폐업·휴업시 조치사항으로 '시·군·구청장은 의료기관에서 나온 세탁물의 처리여부, 진료기록부 이관여부, 환자 권익보호에 관한 사항 조치여부 등을 확인한다'고 되어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병원 옮길 때, CT나 MRI 등 영상정보, CD로 안 들고 다녀도 된다고 밝혔지만 폐.휴업한 병원의 경우는 진료기록부 발급에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전국 보건소의 휴업‧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부 보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최근 4년 동안(15년~19년) 폐업한 의료기관 9,830개소 중 진료기록부를 ‘의료기관 개설자’가 보관하는 경우는 9,196개소로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건소에 이관하여 보관하는 경우는 623개소로 6%에 그쳤다.

[제공=진선미의원실]
[통계 제공=진선미의원실]

진의원실에 따르면 "보건소에 이관된 진료기록부는 △종이차트나 △전자차트 형태로 의료법에 따라 10년간 보존된다. 전자차트의 경우, 폐업한 병원이 사용했던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만 구동이 가능한데,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소프트웨어는 425개로(‘18.2.기준), 의료기관마다 여건에 맞는 업체의 제품을 택하거나 자체개발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일선 보건소에서 폐업한 의료기관이 사용했던 전자차트를 열람·발급하기 위해 400여개가 넘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구비해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가의 월 사용료 지불이 불가피하니, 일부 시·군·구 보건소는 전자차트로 생성된 진료기록부를 하드디스크나 USB로 보관 중이지만, 프로그램이 없어 열지 못 하는 실정이다." 라고 했다.

또한 "최근에는 의료기관마다 종이차트에서 전자차트 이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종이서류 뿐만 아니라 아예 컴퓨도 함께 제출하는 사례가 늘어 보건소 당국도 골치를 썩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본체를 통째로 제출해버리는 것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자차트가 담긴 서버를 통째로 맡긴 지자체 현황 (′19년9월)전국 보건소 휴업‧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부 보관 실태조사[출처=진선민의원실]
전자차트가 담긴 서버를 통째로 맡긴 지자체 현황 (′19년9월)전국 보건소 휴업‧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부 보관 실태조사 [이미지 출처=진선미 의원실]

하드웨어 본체를 통째로 보건소에 제출하면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어 진료기록부 발급이 수월할 수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가 고장나 데이터 인식이 불가해 복구가 필요한 경우다. 진선미 국회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보건소는 서버와 하드웨어 수리를 위해 직접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또한 일부 지자체는 결국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자체 전산화 작업을 해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정여건이 어려운 일부 보건소에서는 전자차트 진료기록부 백업파일을 보관하고 있다가, 민원인의 발급 요청이 오면 민간소프트웨어 업체에 의뢰해 발급을 받는다고 한다. 

진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보유 중인 진료기록부 기록 중 민간소프트웨어 업체에 맡겨야 하는 기록은 최소 30만개에 이른다. 일부 보건소의 기록들은 보건소에서 프로그램이 없어 열람조차 불가해 전수 파악이 불가능했다.

민간소프트웨어 업체에 맡겨야 하는 보건소 보유 진료기록부 [통계 출처=진선미 의원실]

보건소가 민간업체에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뢰할 경우, 신청인 본인의 진료기록부 파일 만을 건네는건 아니다. 

실제로 진의원실에서는 발급업무를 해보았던 보건소에 확인 결과, 보건소는 진료기록부 발급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의료기간이 보유했던 모든 환자기록을 통째로 민간업체에 보내야 한다. 업체에서 특정 환자의 PDF추출해서 보건소에 전달을 하면, 보건소는 업체에 안전한 폐기 협조 공문을 보낸다. 이후 폐기 여부는 보건소도 확인할 길이 없다. 중간에 민원인 본인 및 전체 환자기록 본인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동의절차가 존재하지 않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를 시‧군‧구 재정여건에 따라 보호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의 보관방식은 폐업 후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발급을 요구받는 의료기관도, 보건소도 모두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이제라도 보건복지부에서 책임을 지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