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에 대한 죄책감, 낮은 자존감, 수치심
데이트폭력, 대인관계문제, 탈성매매 관계 중독 등
삶의 의미를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서 찾는 사람들
'인간관계 중독' 10여년 전부터 문제...국내 연구는 부족
건강한 관계위해선 '자기분화와 건강한 경계'가 필요
관계와 감정의 회복을 위해서 '마음챙김 호흡명상' 도움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삶의 의미를 '나'가 아닌 '너'에게서 찾는 사람들.

A씨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리며 파트너가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떠나지 못한다. 상대방이 잘 되는데서 자존감을 찾고, 연애할 때마다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힘겨웠던 그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그만 만나자"이다. 온 에너지가 타인에게 쏠려있어서 스스로의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현대사회의 중독은 섭식장애중독, 성중독, 일중독, 관계중독, 운동중독 등 다양한 중독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데 이중에서 A씨와 같이 친밀한 누군가가 없으면 너무 불안하고, 그 사람에게 온 정신이 쏠리는 것을 '관계중독'이라고 한다.

온라인 카운셀러 서비스 베터핼프에 따르면 의미있는 관계를 가지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해보라고 한다. 

  • 이 관계가 내 인생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 혼자있는 것을 피하기위해 이 관계를 지속하는가?
  • 이 관계에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 이 관계는 나를 만들거나 깨뜨리는가?

배터핼프는 또한 "일부 관계 중독은 혼자 있거나 버려진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에서 발생하며, 관계 또는 사랑 중독자는 때때로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 있을 때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 열심, 중독 사이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관계중독의 증상

많은 평가 절하, 욕설, 침묵, 통제 또는 감정적, 육체적 학대와 관련된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자제력이 상실되고, 관계 밖의 삶은 없어지는 관계중독은 파트너가 무관심하더라도 파트너를 너무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

파트너의 끊임없는 무관심과 학대는 자존감을 떨어 뜨릴 수 있다.

혼자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육체적, 언어적, 정서적 학대를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중독성있는 관계에있는 사람들은 대개 사랑에 대해 배우자와 좋은 성관계를한다는 사실을 혼동한다.

관계 중독은 상대방이 관계를 끝내면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될 수 있도록 나빠질 수 있다.
[출처=베터핼프]

달린 랜서의 저서 '관계중독'에서는 "관계 중독자의 내면에는 자기가 사랑스럽지 않고 부끄러워서 사라져버리고 싶은 나쁜 감정, 즉 수치심이 있다."고 한다. 

수치심은 '사랑의 과자'로 건강한 관계에 요구되는 모든 행동과 소통을 망가뜨린다. 수치심과 관계 중독은 서로를 자양분으로 삼아 우리의 삶을 망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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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랜서의 저서 '관계 중독', 저자는 심각한 관계 중독자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 심리 상담을 하면서 만난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삼아 수치심과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한다.[사진 출처=예스24]

중독문제를 다루는 젠틀패스에 따르면 관계 중독의 원인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어린 시절을 육아를 미흡하게 받은 어린이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확신을 찾으며 자라왔을 수 있다고 한다. 

설사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여도 그를 떠날 수 없다고 여기는 '인간관계 중독'이 10여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내 연구는 부족하다고 한다. 

24일 충북NGO센터 대회의실에서 '관계중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충북NGO센터 대회의실에서 '관계중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출처=뉴시스]

24일 충북NGO센터에서 열린 '협동조합충북소셜리서치센터 2019 토론회'에서 '국내 관계중독 연구 현황과 향후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다.

마음자리심리상담연구소 송현정 소장은 "데이트폭력, 대인관계문제, 탈성매매여성의 관계중독 등 최근 우리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는 관계중독의 일환"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중독 관점에서 개인 문제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도별 최신연구동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관계중독 연구가 시작된지는 불과 15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연구 유형은 치료와 회복관련 연구, 상담이론, 모형개발 정도로 그리 폭넓게 연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송 소장이 조사한 결과,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관계중독 논문은 6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종교관계가 3편, 성인애정 2편, 대인관계 1편 등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관계중독 학위논문을 중심으로 연구결과를 분석해보니 총 6편 중 4편이 질적 연구였고, 2편만이 양적 연구였다"며 "양적연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이론적, 현상학적, 사례연구, 실행연구 등 다양한 질적 연구 활용방안을 찾아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적 관점에서 관계중독에 대한 정의, 특징, 유형 등을 개념화해야 한다"며 "아동, 청소년, 여성, 남성, 노인, 장애인 등 생애주기별 인간 특성에 따른 인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계중독 연구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중독 자가테스트 

[출처=서울시립대 심리상담실 자가진단 테스트]
[이미지 출처=서울시립대 심리상담실 자가진단 테스트]

관계중독의 극복과 치유

변지영 작가의 저서 '내마음을 읽는 시간'에서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자기분화와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출처=예스24]
변지영의 '내마음을 읽는 시간'[사진 출처=예스24]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란 한마디로 자율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중요한 타인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를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자, 내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내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잘 분리되었는지 여부를 뜻한다. ... '자기분화'는 타입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만큼 내게 필요한 것을 지키고 요구할 수 있게 한다. 
'경계'란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나'로 온전하게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 나를 지키면서 상대를 존중해주는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
[출처=변지영의 저서 '내마음을 읽는 시간']

'경계'를 설정하고, 지키는 연습을 해야하는데, 내키지 않은 요청이나 제안을 받으면 '아니요'라고 거절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무언가 제안받거나 요청받은 상황에서 내가 거절하는 것은 상처를 주는게 아니며, 지금 내가 그렇게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황임을 알리는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계는 나를 지키기 위해 정한 기준이자 한계로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내 경계를 건드릴 때에는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맙지만 이것은 내가 알아서 할 문제야"

"그건 좀 곤란한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작가는 관계와 감정의 회복을 위해서 '마음챙김"을 추천한다.

'마음챙김'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효과로 생각이 유연해지고, 집착이 줄어들고 평정심이 늘어난다고 한다. 내 주위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창의력을 높여주며 성과도 높인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호흡하면서 명상하는 것인데 최근 20여 년에 걸쳐 마음챙김 훈련이 몸과 마음의 전반적 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폭넓게 입증되어왔다고 한다. 

나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며, 정서적 힘이 커지면 스트레스에 덜 민감해지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해나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시도해볼만 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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