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A "인권 침해 가능성 있어 위험한 선례"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 연대하겠다"
정부, "의료인 책무 다하지 않은 전공의들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할 것"
복귀하지 않은 이들 대상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 절차 밟을 예정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하여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및 사법조치가 본격화된 가운데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가 "한국 정부가 의료계에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루자인 알코드마니 박사의 영상 /페이스북 갈무리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루자인 알코드마니 박사의 영상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4일 WMA의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회장은 SNS에 올린 연설 동영상을 통해 "정부가 개인 사퇴를 막고 입학 조건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어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료계에 부과된 강제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의, 인권 및 윤리적 의료의 원칙은 협력적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다.

"의대생 입학을 대폭 늘리기로 한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의료계에 전례 없는 혼란을 초래했다. 의사의 권리를 존중하고 의료 전문가와 그들이 봉사하는 환자 모두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 연대하겠다"

세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전 세계 114개 의사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앞서 세계의사회는 두 번의 성명을 내고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최근 의협 내 선출된 지도자들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그들의 권리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이자 민주주의 원칙 위반"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시민들과 의료계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의료계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 낸 성명을 통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대폭 증원 결정은 충분한 근거 없이 이뤄졌고 의료계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개인 사직을 막고 의대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인 인권 침해로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오랜 근무시간과 낮은 급여 등으로 번아웃에 직면해 있는 전공의들의 가혹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의사회(WMA)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5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는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통해 사직 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증거를 전날 확보했으며, 이들에 대해 추후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경 중대본 제2총괄조정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제부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집단 사직서 제출, 근무지 이탈에 나선 전공의들에 대해 지난달 29일까지를 복귀 시한으로 못 박고, 연휴 기간 중 복귀하는 경우도 정상참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는 미미한 상태이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3개월 면허정지 외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3개월 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전공의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시기가 1년여 미뤄진다.

면허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 등 집단행동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고발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면허정지 처분을 3번 받아도 의사면허는 취소된다.

정부가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권한은 복지부 장관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의사면허 취소 후 재취득도 어려워졌다. 취소된 의사면허를 재취득하려면 의료법에 따르면 면허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 가능하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취소 이후 재교부에 관한 운영 기준을 더 강화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마무리한 상태다.

의사면허 수천 명의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집단사직의 핵심인 대한전공의협의회 간부 및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우선 처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조치가 실제 전공의들의 복귀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의사 사회 전반으로 반발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업무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들의 이탈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날에는 의대 교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윤우성 경북대 의대 교수가 정부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졌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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