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회서 영구격리 필요"
아동기관 취업제한 및 30년 위치장치 부착
교원단체 "출근 중 피해, 순직 인정해야"

서울시 관악구 등산로 산책길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31)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사형 선고는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생명 자체의 박탈보다 사회적 영구 격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속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윤종이 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한 최윤종의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할 것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한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다만 가석방에 대해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이 가석방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수 없어 재범 가능성을 막기 위해 3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8월17일 관악구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 등산로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을 때리고, 쓰러진 피해자 몸 위로 올라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재판에 넘겨졌으며,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같은 달 숨을 거두었다. 경찰은 피해자 사망 이후 혐의를 '강간상해'에서 성폭법상 '강간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현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윤종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고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최윤종이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피해자 부검 결과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종합하면 피해자가 저항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목 부위를 계속해서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고,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보이지 않는 비탈길로 끌고 가 범행을 은폐하려 해 살인의 고의성도 인정된다며 재판부는 밝혔다.

"피고인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준비한 후 수개월간 대상을 물색하다 피해자를 가격했고, 저항하자 뇌손상으로 사망하게 했다. 성실하고 모범적이던 피해자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했는 바 그 과정에 느꼈을 고통은 가늠할 수 없고, 유족들 역시 현재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유족들로 하여금 참담한 심경을 넘어 분노하게 하고, 배상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예기치 못한 범행 발생으로 인한 불안감을 떨치려면 이에 상응하는 형벌로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8월 최윤종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사진=서울경찰청

다만 피고인이 어릴 때부터 가정보호를 받지 못한 채 외로웠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은둔형 외톨이로 수년간 생활해 왜곡된 사고를 시정하거나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내릴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재판부는 양형사유를 밝혔다.

유족 측은 선고 직후 "경제적으로 보상받으려는 것도 아닌데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 모두 인간적으로 사과 한 마디가 없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 역시 이날 판결에 애도를 표하며 피해자의 순직 인정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2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는 공동 논평을 내고 "교사로서의 꿈을 다 펼쳐 보지 못하고 흉악 범죄에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전국 교육자와 함께 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사회안전망 확충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죄만큼 중요한 것은 고인의 안타까운 희생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조속히 순직을 인정해 고인의 한과 유족의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출근길에 피살된 교사의 유족과 교총 관계자, 변호인단이 23일 오후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출근길에 피살된 교사의 유족과 교총 관계자, 변호인단이 23일 오후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총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 사건은 교사라는 직업을 떠나서 누구에게도 절대 발생해선 안 되는 일이며, 이에 대해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은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억울함과 유족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순직 인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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