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결정에 반발해 삼성전자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인 삼성 일부 승소
공장 내 위험물질의 위치와 측정 장소, 공정 등 핵심 정보는 비공개 정보에 해당
‘부서 및 공정’, ‘단위작업장소’에 관한 내용을 공개한 부분을 취소
백혈병 피해자모임인 반올림, 작업환경보고서 전체 공개 관련 다른 3건의 소송 진행 중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제공=뉴시스]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전자 직원 유족들의 요청으로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진행 중인 여러 재판 중에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는 보호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2월, 대전고법 행정1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 모 씨 유족들의 보고서 공개 요청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거절했었는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가 고용노동부의 공개 결정에 반발해 삼성전자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인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행심위는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회의를 열어 공장 내 위험물질의 위치와 측정 장소, 작업 공정 등 핵심 정보는 비공개 정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정보공개 요구에 따라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될 경우 기업의 핵심 기밀이 노출될 수 있을 것을 우려해온 관련 업계에선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22일 수원지법 행정 3부는 삼성전자가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이 지난해 3월 공개결정한 작업환경보고서의 ‘측정결과에 따른 종합의견’ 항목중 ‘부서 및 공정’, ‘단위작업장소’에 관한 내용을 공개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장소에 대해서까지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인 원고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정에 따르면 쟁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고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환영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누구나 무차별적으로 받아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산재와 전혀 상관없이 수십년 동안 어렵게 쌓은 기술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이 법원에 판결로 들어났다"면서 "또 중요한 산업기술정보가 담긴 문서 전체를, 산재 인정과 직접 관계없는 일반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국가 산업 경쟁력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산재를 판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뿐 아니라 더 많은 자료를 제출받고 심사에 적용한다.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혈병 피해자모임인 반올림은 작업환경보고서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또 다른 3건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방법원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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