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제 중복투약 환자 방문 의료기관 집중점검
점검 대상 12곳, 서울시 강남지역 소재
마약류 의료쇼핑 중독의심 의료기관 13개소 수사의뢰
의사 처방 시 팝업으로 이력 제공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2년부터 하루에 최대 6개 의료기관을 돌며 수면마취제 중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을 투약받았다. A씨는 지난해 6월까지 101개의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의료쇼핑 중독 의심환자의 다빈도 방문 의료기관 7개 소를 총 100차례 방문해 피부 시술 등으로 수면마취제를 중복 및 다수 투약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쇼핑 중독 의심 환자 및 과다처방 의료기관 적발 사례 /식품의약품안전처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찰청, 지자체와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21개소를 점검한 결과 마약류 의료쇼핑 의심환자 16명과 오남용 처방 의심 등 의료기관 13개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수면마취제를 하루에 5곳에서 투약받은 젊은 층 의료쇼핑 환자가 다수 방문한 다회 처방 의료기관 12개소를 선정해 점검했으며, 점검 대상으로 선정된 12개소는 모두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수면마취제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 1종 외 2~3종을 섞은 소위 '칵테일'도 포함됐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로 중추신경의 통증을 억제하는 반면, 무호흡, 혈압저하현상, 환각 효과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을 투여한 의료기관 9개소를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중 처방전·진료기록부 기재, 마약류 취급 보고 등에 대한 위반 사실이 확인되거나 수사가 필요한 의료기관 4개소에 대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으며, 이에 대한 결과는 경찰청 등과 공조를 통해 ‘(가칭)마약류 관리법 위반 이력관리시스템’으로 4월부터 관리될 예정이다.

한편, 점검 의료기관 중 마약류 저장시설 점검부를 작성하지 않는 등 위반 6개소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불법취급 등 마약류 범죄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조치를 지속할 계획이며, "마약류 취급자에게 처방·투약 시 안전관리 철저를 협조 요청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오남용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의료용 마약류의 적정 사용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운영 모식도 /사진=식약처

또한 식약처는 지난 5일 ‘의료용 마약류 투약 이력 확인 의무화 제도’가 올해 6월 1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11억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의사 처방 시 팝업으로 이력이 제공된다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은 의사가 환자 진료·처방 시 환자의 지난 1년간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확인해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하지 않도록 돕는 서비스다.

식약처는 개선을 통해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과 의료기관 처방프로그램의 연계 기능 강화 ▲의료용 마약류 취급 보고 데이터 품질관리 자동화 기능 개발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서버를 확충한다.

투약 이력 확인 의무 대상 의료용 마약류(펜타닐 등) 처방 시 의사가 사용하는 처방프로그램에 환자의 과거 1년간 해당 성분 투약 이력이 팝업(Pop-Up) 형태로 자동 제공되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연계를 강화한다.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8)씨에게 수면제를 타인 명의로 처방한 혐의 등을 받는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의사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의사 2명은 유씨에게 타인 명의로 스틸녹스를 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의사 3명은 프로포폴 투약 내역을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처방내역 기재를 누락한 혐의가 적용됐다. 스틸녹스는 수면제의 일종으로 과다 복용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정신적·신체적 의존성, 남용 위험성이 높아 최대 4주·1일 1정 등 엄격한 처방제한이 있다.

또 검찰이 강남 유흥주점 실장을 통해 배우 고(故) 이선균(48)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현직 성형외과 의사의 구속기간을 연장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인천지검은 해당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의사 A(40대)씨의 구속기간을 17일까지 연장했다.

A씨가 운영한 강남의 병원은 올해 간단한 시술에 프로포폴을 과다처방한 사례로 여러 차례 적발돼 보건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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