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12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부녀가 재심 재판을 받게 되면서 법조계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 2-2부는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에서 일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살인·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A씨(74)와 딸 B씨(40)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신청 담당변호사 박준영ⓒKBS
▲재심신청 담당변호사 박준영ⓒKBS

이 사건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검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주장과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화물차 관련 CCTV 자료가 새로 발견되어,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7월 6일 오전 새참으로 A씨 부녀는 전남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에게 건넸으며 막걸리를 건네받아 마신 C씨 등 2명이 숨지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검찰은 이 사건을 항소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B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지난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5년 만에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게 법원을 통해서 확인되면서 지난 1월 4일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재심 전문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당시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의 강압, 회유, 기만, 이간질 이런 온갖 불법이 다 동원된 사건이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는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허위 자백 강요 등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재심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사가 생각을 주입해 유도신문 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며 "경찰이 초동수사 당시 수집한 화물차 CCTV 증거와 진술도 배치돼 기존 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씨 부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년 만인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4일 광주고법 형사 2-2부는 이날 살인·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A씨(74)와 딸 B씨(40)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당사자인 박 변호사에 따르면 A씨와 B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재판부에 요청해 받아들여졌고, 이들 부녀는 이날 교도소 밖으로 나왔으며 앞으로 있을 재심을 준비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 절차와 실체 모두 문제가 많은 사건으로 재판부가 이를 인정해 재심이 개시를 결정했다"며 "수감 중인 재심 당사자들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것도 매우 드문 사례로, 재심을 통해 공권력의 잔인성을 최대한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의 불법 수사가 드러난 셈이지만, 검사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의 불법 피의자 심문은 2009년 8월에 이뤄졌는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사·수사관 등은 승승장구...

당시 정 모 검찰 수사관은 같은 해인 2009년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고 다음 해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순천지청장은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주요 이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당시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아직 현직에 있으며 재심을 결정한 재판부와 같은 광주고법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건담당 검사는 스타 검사로 부각 되었고, 지난 2013년 갑작스레 검사직을 사직하고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현재는 변호사 자격도 박탈된 상태다.

2017년 사무장 병원 사건 의뢰인에게 검사 로비 명목으로 수임료와 별도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 원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 검사를 맡은 김회재 국회의원ⓒ김회재의원실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 검사를 맡은 김회재 국회의원ⓒ김회재의원실

또한, 당시 순천지청 차장 검사를 맡았던 김회재 국회의원(여수시 을)은 8일 여수시청 열린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치 입문 이전에 발생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2009)의 재심 결정과 관련해서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 검사로서 책임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검찰에서 기소가 됐고 1심에서 무죄, 2심 유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으로 최근에 재심 절차가 진행되는 걸로 안다"며 "당시 검찰 수사를 거쳐서 재판부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가지 결론이 난 사건이고 지금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켜보는 게 좋겠다”며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검찰 입장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그 당시 최선을 다했고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바뀌려면 그게 보통 쉬운 문제가 아니다" 면서 "재심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은 충분히 검찰이 필요한 자료를 낸다든지 다툴 것으로 당연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두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뱉어내서 가까스로 화를 면한 사건이다.

포인트경제 김동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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