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11년 육·해·공군과 국방부 산하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실 확인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추궁
국방부, "현재까지 우리 군의 피해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는 입장

지난 7월23일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국군장병들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군대에서 약 12년 동안 가습기살균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조위는 군복무를 했던 다수의 국군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조위는 군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0~2011년 육·해·공군과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3종이 군과 국방부 산하 시설에서 약 12년간 800개 이상 구매, 사용된 것으로 조사했다. 가습기살균제는 주로 병사들의 생활공간에서 쓰였다고 한다.

먼저 특조위는 실지조사와 증언 등을 통해 가습기살균제가 군병원과 공군 신병교육대대 생활관, 육군 제20사단 중대 생활관 등에서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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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에 따르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은 애경산업 '가습기메이트'를 각각 2007~2010년 290개, 2009~2011년 112개를 구매해 사용했다. 그러면서 군병원 병동에서 생활한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고 특조위는 전했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도 2008년 10월 가습기메이트를 390개 구매해 사용, 신병교육대대 생활관을 거친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 공군 제8전부비행단에서는 2007~2008년 '옥시싹싹 뉴(New) 가습기당번'을 대대 생활관에서 겨울에 사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한다.

특조위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10년 1~3월 국군양주병원 입원 당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던 30대 남성은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며 "이 남성은 2016년에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했고, 2017년에는 폐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육군 제20사단에서도 2000~2002년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생활관에서 사용, 중대 병력 전원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특조위는 국방전자 조달시스템을 통해 2007~2011년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가습기살균제 57개가 쓰였음을 파악했다. 특조위 측은 조달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부대 등 단위에서 별도로 구매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조위는 오는 27~28일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군의무사령관을 상대로 군의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특조위 측은 "군은 적어도 참사가 알려진 2011년 이후에는 가습기살균제가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파악하고 노출된 병사와 직업군인 가운데 건강 피해자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에서의 가습기살균제 구매, 사용과 피해 의심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며 "이제라도 군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노출 군인 중 피해자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집회기획단과 가습기살균제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양순필 특조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집회기획단과 가습기살균제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양순필 특조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군 가습기살균제 사용 문제에 대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구매를 금하도록 했다"며 "현재까지 우리 군의 피해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전역 후 관련 증언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며 "전 부대를 대상으로 군의 피해 여부에 대해 실태를 확인한 이후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한 것이 2010년 말인 데다가 전역한 장병들까지 고려하면 정확한 피해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조위는 이달 말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군의무사령관을 불러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군 안팎에서는 군 장병들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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