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이상 한국 노인 인구 소득 빈곤율은 40.4%
2009년 OECD가 공개한 이후 계속 동일한 상황
76세 이상은 52.0%로 2명 중 1명이 빈곤층
'미성숙한' 연금 문제도 지적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회원국들 중 1위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 2009년 OECD가 공개한 이후 계속 동일한 상황이다.

노인 /사진=프리픽

소득 빈곤율이란 평균 소득이 빈곤 기준선인 ‘중위가구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의 비율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이며, 이것은 노인 둘 중에 한 명은 빈곤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회원국 중 노인 소득 빈곤율이 40%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에스토니아(34.6%), 라트비아(32.2%)는 30%대이며, 일본(20.2%)과 미국(22.8%)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66∼75세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31.4%인데 비해, 76세 이상은 52.0%로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층에 속했다. 1인 가구 내 노인 빈곤율은 70.3%로 심각한 수준이다.

1인 가구 빈곤율 현황- 지난 11월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1인 가구 빈곤율은 47.8%로 전체 가구(30%)보다 17.8%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 내 노인 빈곤율은 70.3%로 심각한 수준이다. 1인 가구 내 청년 빈곤율은 36.9%, 중장년층 빈곤율은 43.4%였다. /그래픽=뉴시스

OECD에 따르면 소득 관련 연금 급여가 적고, 기대수명이 길어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한국은 '미성숙한' 연금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쳤다.

연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생활이 어려운 경우는 계속해서 취업의 문을 두드려야만 한다. 노인들은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일을 안 하면 몸이 아프다'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그냥 '고집스러운' 말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상 요즘 60대는 노인도 아니다. 노인복지법에서 노인은 만 65세를 기준으로 하는데 정작 노인들은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을 70.5세로 보고 있다고 한다.(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 노인의 반 이상이 70대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며, 80세 이상부터 노인이라는 수도 6.5%가 있다. 서울시 조사에서는 72.6세를 노인의 시작 나이로 본다고 나타났다.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는 실업 수당 받을 수 없어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60대 중반 A씨는 다니고 있던 회사를 이번에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업수당을 받으면 어느 정도 시간을 지낼 생각이고 이번에 받게 되면 이후 다시 일을 찾아서 할 생각인데 "65세 이상은 새로 회사에 취업하게 되는 경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들었다며 걱정이 많다고 했다. A씨는 자식들이 다들 결혼해 열심히 살고 있고 짐이 되지 않도록 자신도 계속해서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보험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65세 이후 신규 취업자는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전에 취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5세 이후에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65세 이후에 새로 취업한 경우는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보험에 가입하는데 왜 실업 급여는 못 받나?

고용노동부 측은 만 65세 이상이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까지 제공하는 것이 중복수급이 되고, 이를 이용해 단기 일자리를 전전할 경우 반복 수급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어 미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현행법상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납입을 하지 말거나 납입한 금액은 돌려받아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 찾는 어르신들-'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 찾는 어르신들-'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고, 은퇴는 점점 늦춰지고 있기 때문에 재취업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단체들이 법 개정도 촉구하고 있지만, 고용부는 이와 관련해 수년 째 검토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취업자에게 일시금 형태로 1회 고령자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들이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노인의 손을 잡고 있는 젊은이 /사진=프리픽

한국의 기대수명은 83.6세로 전년보다 0.1세 증가했고 OECD 평균보다 3년 높다. 38개 회원국 중 평균수명은 높으면서 노인 소득 빈곤율은 1등인 나라.

우리는 먼저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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