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서울대 공동연구, Acvanced Functional Materials 게재
분리막 소재로 이온성 액체 사용
100회 충·방전 시 98.8%의 쿨롱 효율 유지

휴대용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등 배터리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열과 폭발의 위험으로, 전 세계적으로 각국과 기업들은 이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4가지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국내 연구진이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인 ‘바나듐 레독스(산화환원) 플로 전지(VRFB, vanadium redox flow battery)’의 성능을 크게 높일 새 분리막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서울서부센터 이영주 박사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규태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안전과 성능을 모두 잡은 VRFB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VRFB는 재충전이 가능한 플로 배터리의 일종으로 바나듐 이온을 전하 운반체로 사용한다.

이온성 액체 분리막 VRFB의 작동원리 모식도(a) 및 기존 나피온 분리막 VRFB와의 성능 비교(b~d) /연구 이미지=KBSI 제공

공동 연구팀은 이온성 액체를 담지한 다공성 고분자막을 이용해 자연방전 걱정 없이 2800시간 이상 안정하면서도 기존 대비 30% 이상 높은 충·방전 효율을 보인 VRFB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재료과학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온라인판에 논문명 [Contrasting Miscibility of Ionic Liquid Membranes for Nearly, IF: 19.0 서울대 이정호(제1저자), KBSI 이영주(공동교신저자), 서울대 이규태(공동교신저자)]로 지난 9월 12일 게재됐다.

KBSI 이영주 박사 연구팀은 이온성 액체 분리막을 통해 이동하는 이온 전도의 주된 원리와 오랜 시간 충·방전을 거쳐 나타나는 전지 내부 구조 변화를 규명했으며, 서울대 이규태 교수 연구팀은 초기 아이디어 제시, 전기화학적 특성 분석과 본 연구의 총괄을 맡았다.

최근 비가연성인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수성 배터리(수계 전지)가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수성 배터리는 산화·환원에 관여하는 금속이온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VRFB가 현재 산업화에 가장 가까운 단계까지 연구 개발되고 있다.

VRFB는 전해질이 2개의 저장소에 분리돼 저장돼 있는 배터리로 각 저장소에는 서로 다른 금속이온이 녹아 있고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가능성이 없으며, 전해질이 물이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한 VRFB는 양극액과 음극액으로 사용되는 산화바나듐(VO2+, VO2+)과 바나듐(V2+, V3+) 금속이온이 충·방전에 관여하고, 고분자 분리막에 의해 서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기존에 분리막 소재로 많이 쓰였던 불소화 고분자 물질인 나피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바나듐 이온의 교차를 발생시켜, 자연방전이 빠르게 일어나 전지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문제점이 있었다.

분리막 소재로 이온성 액체 사용

연구팀은 바나듐의 투과성은 낮추면서도, 이온전도도와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분리막 소재로 이온성 액체(hexyl methyl imidazolium)를 사용했다. 이 액체는 긴 탄소사슬을 가지는 양이온과 약염기성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양이온-음이온 복합체다.

이 액체를 다공성 고분자막에 담지한 후 막표면을 나피온으로 박막 코팅 처리하는 방법으로 분리막을 제조했는데, 이 분리막은 소수성을 지녀, 양극액과 음극액 사이에서 바나듐 이온의 투과를 막아주고, 수소 이온의 전도도는 여전히 높게 유지시키는 특성이 있음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온성 액체 분리막 기술을 적용한 VRFB의 자연방전 시간이 2800시간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을 밝혔다. 이는 기존 나피온 분리막이 적용된 VRFB의 200시간 미만 보다 14배가량 향상된 수치다.

이온성 액체의 구조(a), 1H NMR 측정 결과(b) 및 이온성 액체와 수소 이온 (H3O+)의 확산계수 /연구 이미지=KBSI 제공

충·방전 효율 개선

100회 충·방전 시 98.8%의 쿨롱 효율을 유지했으며, 기존 나피온 분리막 대비 전지 용량도 30% 이상 높게 향상된 점에서 VRFB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가 있다. 쿨롱 효율은 최근 충전을 완료한 용량이 바로 직전에 충전을 완료한 용량과 대비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구팀은 "VRFB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 확보로 고용량·장수명·고안정성을 지닌 차세대 수계 전지 개발이 가능해,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규모 전력 수급 및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SI 이영주 선임연구원(공동교신저자),
서울대 이규태 교수(공동교신저자) /연구 이미지=KBSI 제공

KBSI 이영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이온의 투과도와 전도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분리막 기술을 레독스 플로 전지에 적용한 획기적 방법”이라며, “이번 기술 개발에 적용된 PFG NMR 기법은 이온 및 분자의 이동 속도 관찰은 물론, 차세대 전지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전해질 발굴에 활용될 수 있는 분석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신규 난연성 액체전해질 개발 등 후속 연구를 이어 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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