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R&D 예산 5조 2천억 삭감... 소·부·장 예산까지"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으로 국가 시스템 붕괴"
당정, 정부 R&D 예산 삭감 기조 관련 의견 청취
"현장 의견 반영해 R&D 예산 재구조화"
"R&D 예산 삭감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전형적인 문제점"
윤석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삭감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여야는 현장 소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을 찾아 현장최고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삭감 방침을 맹비난하며 예산 복원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이재명 대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식들 학교 가지 말라고 하는 부모는 없는데,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에 위협을 겪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 국민들의 걱정거리도 덜어 드리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 나가겠다"
대덕구청장 출신인 박정현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 R&D예산 16.6%를 과감하게 삭감하는 바람에 대덕특구 R&D예산은 약 25% 삭감되면서 특구내 연구소와 연구원들, 연관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33년 동안 R&D 예산을 증액시켜 왔는데, 대통령 한 명 바뀌고 5조 2000억이나 삭감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기재부 장관에게 예산 목록을 가져오라고 이야기했는데 뒤로 와서 ‘의원님 사정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고 비난했다.

황운하 대전시당위원장도 "윤석열 정권 들어서 국가 성장 동력인 대덕특구와 과학기술계가 홀대를 넘어 천대를 받고 있다. 근거도 없이 연구자들을 '이권 카르텔'로 몰아서 범죄자 취급하더니 R&D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라며, "대덕특구 50주년 행사에서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했던 제2연구단지 조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과학계도 윤석열식 뒤통수 때리기를 피하지 못했다는 탄식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귀신 씻나락 까먹듯 R&D 예산을 싹둑싹둑 자르지 마라"고 경고하고 3월에 과기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입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는데 대통령의 R&D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 한마디에 예산이 칼로 무 자르듯 싹둑싹둑 잘려나갔다"고 비난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준비 안 된 대통령의 즉흥적인 말 한마디에 나라가 이렇게 휘청인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대통령이 진지하게 미래 세대를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사과하고 과학기술 R&D 예산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오후엔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중이온가속기 RAON(라온) 시설을 살펴보고 현장간담회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내년도 R&D 예산안을 정부 안보다 8000억원 늘려 단독 처리
앞서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R&D 예산안을 정부 안보다 8000억원 늘려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산안은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항목 등에서 1조1600억이 감액된 뒤 R&D 예산으로 재편성됐다.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와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항목 등은 2조 가량 증액 의결됐다.
구체적으로 글로벌TOP전략연구단 지원사업과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항목 등을 1조1600억원을 감액한 대신 이를 R&D 예산으로 재편해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와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항목 등은 2조원 증액 가량 의결했다.
다만 과방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이 과방위 전체회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논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미래세대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현장 소통 간담회 개최

한편,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5일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현장을 꼼꼼히 챙기겠다"라며 과학기술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비효율적인 예산은 줄이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워주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청취한) 보완 사항을 준비해서 예산심사에 임할 것"이라며 "현장 연구자들과 오해가 있었던 부분도 있고,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R&D 예산을 삭감보다 재구조화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며 "지난 30년간 급격히 늘어났던 예산이 과연 적절하게 쓰였는지 평가하고, 그 재원을 재구조화해 훨씬 효율적인 곳에 쓰이도록 하자는 게 정부 예산 편성 방침"이라고 밝혔다.
"R&D 예산 삭감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전형적인 문제점"

지난 1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을 통해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이자 전 총장은 "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전형적인 문제점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취지나 목표는 이해할 만한데, 집행 과정이 거칠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여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만일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이 존재한다면 직접 피해를 보는 일반 과학자들이 카르텔 척결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또한 예산의 효율화는 당연한 명제이고 합리성을 존중하는 과학자들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런데 카르텔의 존재나 비효율성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니 반발하는 것이다"
오 전 총장은 "연구개발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는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시스템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선도형으로 바꾸어 도전적 과제를 지원하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 과제의 성공률은 95%를 넘는데, 이러한 높은 성공률은 '될만한' 과제만 수행한다는 말로 실패하면 엄청난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실패 위험도 크지만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위대한 성과가 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는 제안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경우는 성공률이 30%를 넘으면, 과제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라며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눈에 띄는 세계 최초의 선도 기술이 나오려면 과거 ‘따라가기’ 시대의 관성에 묶이지 말고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미컬뉴스 김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