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8시간 넘는 복구 작업, 상가 영업 손실은 배상 못해
인근 상인들, 단체손배청구 의지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부천에서 전봇대가 쓰러지며 발생한 정전 사고로 한국전력공사와 전선을 건드린 이삿짐센터 차량의 책임 소재와 인근 상인들의 피해보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5일 오전 11시 50분경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 서울신학대학 앞의 전봇대가 쓰러져 1톤 이삿짐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넘어진 전봇대로 인해 이삿짐 차량과 일부 주택·상가가 파손을 입었고 일대 130여 세대가 장시간 정전을 겪었다.
통신사 관계자가 밝힌 예상 복구시간은 4시간이었으나 주택의 전기가 들어온 것은 8시간을 넘은 오후 8시 20분경이었다. 전봇대 교체를 마친 한전의 전선 정리 등 마무리 작업은 오후 10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8시간이 넘는 정전으로 못쓰게 된 식재료들을 걱정하던 주민들의 피해도 컸지만, 인근 상인들은 그에 더해 영업 손실까지 입었다. 상가 쪽은 주택에 비해 전기가 오후 3시경으로 일찍 들어왔지만 이후에도 폴리스라인 등 출입이 금지되거나 복구차량들이 종일 상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영업이 어려웠던 탓이다.
그런데 아직 확실치 않은 '전봇대 쓰러짐' 원인에 대해 한전이 개인 이삿짐센터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는 사고 당일 오후 정전 사태를 보도하며 "이삿짐센터 차량이 통신선을 건드려 전봇대가 무너졌다"는 한국전력공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앞서 현장에 있던 통신사 관계자는 케미컬뉴스 기자에게 '이삿짐 차량의 문제인지, 전봇대 문제인지 원인 파악 중'라고 밝힌 바 있다.

인근 상가주인 A씨는 '작은 1톤 트럭의 사다리가 전선 조금 건드렸다고 큰 전봇대가 쓰러질 정도면 전봇대가 부실한 것 아니냐'며 노후된 전봇대를 미리 교체하지 않은 한전의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았다.
A씨 말에 따르면 한전은 해당 사고로 파손을 입은 주택과 상가에 기물파손 변상 외에 영업 손실이나 정전에 따른 별도의 피해 배상은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A씨는 이 사고로 수도가 터진 곳도 있다며 상인들과 단체소송을 준비할 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한전의 배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전은 이전 5년 동안 연간 4000건에 달하는 정전 피해 접수에 배상이 20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20건 중 9건은 '소송 후 배상'이며 합의 배상은 11건이다. 한전이 배상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정전사고 조사·배상 책임여부 결정도, 배상심의위도 한전 내부 직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전은 책임 있는 관리와 함께 투명한 배상 체계를 위해 배상심의위에 외부 인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