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따뜻, 여름엔 시원, 봄·가을엔 일교차 적응
저렴하고 쉬운 제조-건설 프로젝트에 고려 가능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비를 걱정한 때가 엊그제인데 선선해진 날씨는 이제 난방비를 걱정할 때라고 일깨워준다. 최근 과학자들이 온도에 따라 태양 복사를 조절하는 코팅을 개발했다고 한다. 무섭게 치솟는 냉·난방비를 줄일 수 있을까.

미국화학학회에 20일 발표된 논문 'Warm in Winter and Cool in Summer: Scalable Biochameleon Inspired Temperature-Adaptive Coating with Easy Preparation and Construction(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함: 손쉬운 준비와 시공으로 확장 가능한 바이오카멜레온 영감 온도 적응 코팅)'에 따르면 중국 하얼빈 공과대학의 연구진들은 카멜레온처럼 색상 가변성을 갖춘 '온도 적응형 복사 냉각 코팅제' 개발에 성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를 차지하며 냉난방 시스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얼빈 공과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이자 연구 저자인 얀동(Yan Dong)은 '수동 온도 제어 기술은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복사 및 대류와 같은 자연 과정을 사용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전했다.
이들의 연구는 카멜레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막에 사는 나마콰카멜레온(Namaqua Chameleon)은 낮에는 뜨거운 열기를, 밤에는 영하에 달하는 추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의 색깔을 바꾼다. 아침에 몸을 데울 때는 매우 어둡게 변해 태양열을 흡수하고 한낮에는 밝은 색으로 변해 열을 반사하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엔지니어와 건축가는 내부 온도 조절을 위해 건물 외부 표면에 페인트나 컬러 강철 타일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절마다 다르게 페인트를 새로 칠하거나 타일을 갈아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진은 건물에 쓰는 새로운 사계절용 코팅제를 개발하기 위해 카멜레온 피부의 움직임을 모방하고 외부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변색 소재를 만들고 싶었다.
코팅제 재료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감온 마이크로캡슐, 특수 미립자, 특수 복사 냉각 성분 및 바인더가 사용되었다. 연구진은 이를 혼합하여 만든 현탁액을 금속 표면에 뿌리거나 브러시로 문질렀다.

코팅된 금속을 가열한 결과는 놀라웠다. 20℃이하에서는 짙은 회색을 띠던 코팅이 30℃에 도달하자 밝은 회색으로 변하며 태양 복사열을 최대 93%까지 반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하루 종일 80℃ 가까운 열로 가열해도 재질 손상이 없었다.
동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온도 적응형 복사 냉각 코팅(TARCC) 소재는 겨울철 난방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기존 소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기존 다른 코팅제와 사계절 동안 야외 실험을 진행했다. 6m(L) × 3m(W) × 2.7m(H)의 소형 건물에 일반 흰색 페인트, 파란색 강철 타일 등과 함께 TARCC가 적용되었다.
그 결과 겨울에는 TARCC가 기존 코팅제에 비해 약간 더 따뜻한 온도를 유지했고, 여름에는 TARCC가 훨씬 더 시원했다. 뿐만 아니라 봄과 가을에는 급격한 일교차에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코팅제였다.

하얼빈 공과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TARCC는 여러 계절을 겪으며 온도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 박사는 'TARCC는 저렴하고 쉽게 제조할 수 있어 기존 건물이나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에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