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소관 8개 기관, 5년간 부담금 총 20억 원 납부
수은 · 한은 6.4억 원씩… 기재부도 작년 2천만원 지출
SK하닉, '3%대' 장애인 고용률 지켜... 삼성·LG는 1~2%대
우리나라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그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국가·공공기관 3.6%, 민간 3.1%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을까.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과 기재부,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 총 8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 이들 기관이 2018∼2022년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모두 20억1499만8천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고용 사업주에 미달 인원에 비례해 부과한다.
정부와 산하기관 등이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식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공공기관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의 2에 따라 일정 비율의 상시근로자를 장애인으로 의무 고용해야 한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기재부 산하기관, 한국은행 등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최근 5년간 20억 원이 넘는 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한국은행이 5년간 6억4000만 원을 납부하면서 수출입은행(6억4700만 원)과 함께 가장 많은 금액을 냈으며, 다음으로 한국투자공사(2억200만 원), 조달청(1억7630만 원), 한국재정정보원(1억2191만 원), 관세청(1억1599만 원), 한국조폐공사(8838만 원) 순이었다.
서 의원은 중앙부처이자 부담금 정책을 운용하는 기재부마저 지난해 고용의무를 위반해 2340만 5000원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기재부는 2018~2021년에는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고도 했다.
헌법은 국민의 근로권을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조치다. 공공기관이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료를 제출한 기관들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채용 과정에서 지원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채용 시 장애인 응시자에게 수험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점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형을 별도 진행하고 있으나 지원 인력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장애인 우대제도'를 실시해 장애인 고용률을 2019년 2.4% 에서 지난해 2.7% 까지 높인 반면, 여전히 의무고용률 3.6% 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다. 지난해 의무고용인원은 73명인데 실제 고용인원은 65명에 불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원이 2배 수로 계산되는 중증 장애인 1명이 지난해 직장을 옮기면서 일정 기간 의무고용률을 하회했지만 현재는 기준을 충족해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장애인 고용률 3.8%, 23개소 중 20곳 의무고용률 초과 달성
지난 7일 서울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23개소 기준)에 1135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며 고용률은 3.8%로 나타났으며 23개소 중 20곳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현장, 문화·예술, 연구 분야 등 기관의 업무 특성에 따라 장애인에 적합한 직무 발굴이 힘들어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투자·출연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3.5%로 의무고용률인 3.6%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작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6억6500만원이다.
다만 장애인 채용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장애인 제한경쟁 제도를 도입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전형의 경우 전공시험을 폐지하고 NCS(직무능력검사)만 남겨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확대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에 장애 예술인 강사 3명을 고용해 단원 지도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지원 중이다.
SK하이닉스, '3%대' 장애인 고용률 지켜... 삼성·LG는 1~2%대

지난 13일 주요 전자업체 3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직원 총 3만1994명 중 자사 188명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889명을 장애인으로 고용, 장애인 고용률 3.36%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집단의 고용률 2.35%보다 높은 수치이며 삼성전자 1.6%, LG전자 2.4%와도 비교되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장애인 고용률 1~2%대로 현행법상 장애인 고용률에 미달하며 수년째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고용부담금은 최저임금의 60%를 기준으로, 미고용 인원수에 따라 가산된다.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2020년 1.5%, 2021년 1.6%, 2022년 1.6% 등 1%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가 낸 부담금은 214억 원이다.
삼성전자는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희망별숲'을 개소했는데, '희망별숲'은 제과 제조 사업부터 시작하며 생산된 제과 제품은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들에게 제공된다. 사업영역은 계속해서 넓힐 예정으로 개소 당시 62명의 근무 인력은 연말까지 1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주가 장애인 10명 이상 고용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회사가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고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LG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2020년 2.2%, 2021년 2.3%, 2022년 2.4% 등 점차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현행법에는 미달하는 수준이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장애인고용률 3.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장애인 근로자 직접 채용 외에 보다 많은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00% 출자를 통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하누리'를 설립했다. 경기도 평택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서울, 구미, 창원 등 LG전자 국내 전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의 복리후생 지원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 사내 커피숍부터 임직원 차량 스팀세차, 환경미화, 식기세척, 기숙사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설립 당시 29명이었던 하누리의 직원 수는 올초 기준 33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직원의 약 70%가 장애인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난달 LIG넥스원은 방산업계 최초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내년 상반기 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여 장애인 29명을 채용하고 비장애인 12명 등 전체 41명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판교와 용인, 대전, 구미하우스 등에서 카페와 베이커리 업종 관련 직무에 종사하며, 향후 점진적으로 서비스 분야를 확대해 채용 규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편, 14일 서영교 의원은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현재 고용부담금은 월별 미고용 인원수에 최저임금 60% 수준인 부담기초액을 곱해서 산정하는데, 낮은 수준의 부담기초액으로 인해 고용부담금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써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케미컬뉴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