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뇌 이식' - 도파민 강화, 음주량 90%이상 감소
영구적 뇌 변화로 실제 적용에는 검토 필요
중독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금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알코올 중독은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금주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유전자 치료법이 알코올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등장했다. 이번 발견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자 수는 2020년 기준 152만 6841명으로 2018년 150만 5390명, 2019년 151만 7679명 등 연간 약 1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증까지 합하면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진 사람의 수치는 훌쩍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주취 중 폭력과 사망, 음주 운전 등 개인과 가정·사회의 파괴로 이어지는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존의 방법으로 중증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리건 보건 과학 대학교(OHSU)와 미국 전역의 기관 연구진이 지난달 14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 치료법이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진 사람의 과음을 극적으로 줄였다.

오리건 영장류 국립연구센터(ONPRC)의 교수이자 신경과학과 과장인 공동 수석 저자 캐슬린 그랜트(Kathleen Grant) 박사는 '급성 알코올 사용은 도파민을 증가시키지만 만성적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도파민 방출이 감소되어 더 큰 즐거움을 위해 과음을 유도한다'라고 전했다.
도파민은 기억, 움직임, 동기 부여, 기분, 주의력 등의 신체 기능에서 '보상 센터'의 역할과 '보상 추구'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낮은 도파민 수치는 동기 부여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높은 수치는 중독 및 충동과 관련될 수 있다.
연구팀은 물에 희석된 에탄올을 스스로 많이 마시는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도파민이 위치한 뇌 영역에 세포 성장을 유도하는 특정 유형의 분자를 주입했다. 이식된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 DNA 바이러스로 대상에게 해롭지 않으며 교세포 신경성장인자(GDNF)로 알려진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은 결과적으로 도파민을 강화시켰다.
영구적 도파민 강화, 음주량 90%이상 감소
결과는 극적이었다. 이식 과정을 거친 원숭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알코올 섭취량이 90% 이상 감소되었다. 원숭이들은 몇 달 동안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으며 혈중알코올농도를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시술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와 기타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 유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다만 수술을 통해 뇌를 변화시키는 방법인만큼 실제 적용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랜트 박사는 "이 유전자로 치료받은 원숭이들은 영구적으로 도파민을 과발현 하기 시작했고 음주량을 크게 줄였다"라고 고무적이었지만, 이 방법이 '모든 일반적인 치료에 실패한 가장 심각한 형대의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마약‧게임‧도박‧음란물 등과 함께 스스로 치료가 어려운 '중독'질환이다. 평소 알코올로 인한 자제력 문제, 신체적 문제, 가정이나 사회생활의 문제 등이 야기된다면 전문기관을 찾아 치료받기를 적극 권장한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