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최초로 12월부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의무제 - 저온환경 시험결과 포함 (히터·열선 시트 사용 감안 미지수)
상하이 자오퉁 대학 연구팀-복사냉각 및 광자 재활용 수동적 온도 조절 야누스 써멀 클로크(JTC) 개발
현재 양산 기술력으로 저비용·내구성·내열성 소재로 설계
사람도 추우면 활동이 줄어드는 것처럼 전기차도 추위에 약하다. 겨울 실외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주기가 빨라지듯 전기차도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주행거리가 짧아져서 소비자가 구매를 보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계절 열 조절이 가능한 '열 망토'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한파에 고전하는 전기차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재작년 3월 실시한 '저온 시 전기차의 주행거리 감소율 조사'에서 (영하 7도 기준) 테슬라, BMW, 한국지엠 볼트, 기아 쏘울 기본형 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외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11.9%~39.5%, 국내산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9.8%~30.7% 정도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계절 기온 차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저온 주행거리 의무표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전기차에도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세계에서 첫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12월부터 적용될 효율 등급 내용에는 '저온환경시험결과'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기업이 제공하는 저온환경시험결과가 히터와 열선시트의 사용까지 감안할지는 의문이다.
과학기술저널 테크엑스플로어(techxplore)가 13일 전한 수동 열 망토 소식이 반갑다.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에 11일 오픈된 논문에 따르면, 상하이 자오퉁 대학의 연구팀은 복사 냉각 및 광자 재활용을 통해 사계절 내내 수동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야누스 써멀 클로크(JTC, Janus Thermal Cloak)를 실현했다.

테크엑스플로어는 '야누스 열 망토가 전기차를 더운 날에는 8°C까지 냉각시키고 밤에는 6.8°C까지 따뜻하게 할 수 있어 사계절 사용이 가능하다'는 연구팀의 목소리를 실었다.
연구팀은 차량과 에너지 저장소, 우주선과 같은 실외 물체의 열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래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맞춰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열 조절 기술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JTC는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제조방식을 가졌고 지속적이고 안전하여 탄소중립 시대에 부합한다고 한다.
"열 망토는 차량, 건물, 우주선 또는 외계 서식지를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옷과 같다."라고 연구를 이끈 상하이 자오퉁 대학의 재료 공학자 케항 쿠이(Kehang Cui)가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지구가 복사 냉각을 통해 열을 식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망토는 자칫 겨울철에는 전기차를 더 차갑게 만들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외부 에너지 입력 없이 스스로 켜고 끌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현이 어려웠다.
이에 고심하던 연구팀은 '광자 재활용'을 사용해서 망토 아래 갇힌 에너지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차량과 망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쿠이와 연구팀이 상하이의 일반적 조건에서 외부에 주차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한낮에 망토를 씌우지 않은 차량의 실내 온도는 50.5°C에 달했지만, 망토를 씌운 차량의 실내 온도는 22.8°C였다. 망토를 사용하지 않은 차량보다 27.7°C, 외부 온도보다는 7.8°C도 낮은 온도였다. 또한 자정에 망토를 씌운 차량의 실내 온도는 바깥 온도보다 6.8°C 더 높았으며 0°C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쿠이는 "에너지 투입이나 햇빛이 전혀 없는데도 겨울밤에 주변 온도보다 7°C 가까이 따뜻하게 유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망토의 외부 구성 요소는 실리카의 얇은 섬유로 만들어지는데 이 섬유는 태양 반사율을 향상하는 흑연과 유사한 세라믹 소재인 육각형 질화붕소 조각으로 코팅된다. 직물로 엮은 이 섬유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내부 층에 접착해서 이중으로 제작된다.

연구팀은 생산량의 확장에 용이하도록 모든 것을 고려했다. 예를 들어 더 얇은 실리카 섬유가 태양광 반사율을 높일 수 있지만 새로운 설비가 필요해서 기존 대량 생산의 기준으로 만들었다. 또한 알루미늄, 실리카, 질화붕소 등은 모두 저렴하고 내구성과 내열성이 뛰어난 소재다.
전기차 차주들은 현재 배터리 온도를 충전에 최적화하는 기능이 적용된 차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한다. 향후 야누스 열 망토가 출시되어 연구와 같은 효능이 입증된다면 주행은 둘째치고 충전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쿠이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패시브 규제 커뮤니티에서 코팅의 표면 온도에서 열 관리 대상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