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할애하는 시간이 곧 가치
'시청 시간' 집계하는 넷플릭스.. 유튜브의 수익조건이기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 개편도 사용자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2000년대 들어서 나이키와 닌텐도가 경쟁관계에 돌입했다는 것은 경영학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스포츠 관련 브랜드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던 나이키가 닌텐도로 인해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이 그 시작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장과 가정용 게임기 위(Wii)의 흥행이 그 배경에 있다.
나이키의 핵심 고객은 스포츠와 외부 활동을 즐기는 젊은 세대다. 그런데 이 젊은 세대들의 관심사와 활동이 게임으로 몰리면서 나이키가 판매하는 품목들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공식이 큰 화두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분명해졌고, 경쟁 개념과 영역이 보다 폭넓어졌다.
생각해 보면 결국은 '시간'이다.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시간을 할애하는 정도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소위 말해서 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평가의 기준으로까지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에서 흥행을 구분하는 것은 시청 시간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시청 시간을 집계하고 영화와 TV, 영어와 비영어 작품으로 구분해서 순위를 발표한다. 그리고 인기 작품을 어느 나라에서 많은 시간 동안 시청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시청 시간은 직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수치로 보여주며 규모를 파악하는데도 용이하다. 당연히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입자들이 할애한 시간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일단 유튜브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구독자 1000명과 콘텐츠 시청 4000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후 수익은 조회 수와 시청 시간에 의해 규모가 달라지는데 당연히 시청 시간이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틱톡, 릴스, 쇼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인데, 이 또한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이지 사용자의 머물고 할애하는 시간을 높인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네이버는 'PC답게, 때론 모바일처럼.'을 내세우며 PC버전 메인화면을 모바일과 비슷하게 바꾸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카카오톡은 오픈 채팅을 별도 탭으로 신설하며 관심사나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로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런 변화 역시 자신들이 제공하는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람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채울 수 있는 틈을 찾는 것이 지금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케미컬뉴스 송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