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골든 위크', 란도셀 찾아다니는 '란카쓰'도 활발
10여 년 전부터 초등학교 입학 1년 전부터 예약하는 분위기
제작사의 신제품 발표에 예약, 주문받은 물량만 생산하는 추세
높아지는 가격도 저출산 시대로 그다지 문제 되지 않아

일본에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골든위크'가 있다. ‘쇼와의 날’·‘헌법 기념일’·‘녹색의 날’·‘어린이 날’ 등이 몰려있어 일주일이 넘는 연휴 기간을 갖게 되는데 이 시기에는 여행 및 소비가 극대화된다. 흥미로운 것은 유치원 아이를 자녀로 두고 있는 집에서는 이때 ‘란카쓰(ラン活)’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란카쓰 / NHK 갈무리
란카쓰 / NHK 갈무리

란카쓰란 '란도셀'의 '란'과 활동을 뜻하는 ‘카쓰(活)'를 결합한 용어로 란도셀을 구입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맘때 구하는 란도셀은 약 1년 뒤 4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 란도셀을 입학 1년 전부터 고르고 예약을 하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란도셀 평균 가격이 2만엔(약 20만 원) 가까이 비싸졌음에도 주문은 더 빨리해야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특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서 란도셀 판매원의 트윗이 눈길을 끈다. 10년 경력의 이 판매원은 이달 초 입학식을 하루 앞둔 학생의 가족들이 란도셀을 사기 위해 방문한 것을 놀라워하며 내용을 올렸다. 재밌는 것은 학생의 부모는 매장에 란도셀이 1년 내내 진열이 되어있기 때문에 당연히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판매원은 보통 1년 전에 예약을 하기 때문에 그 가족을 오히려 의외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란도셀 판매원 트윗에 달린 댓글들. 현재 게시물은 비공개 설정
란도셀 판매원 트윗에 달린 댓글들. 현재 게시물은 비공개 설정

결과적으로 이 가족은 가게에서 비상용으로 확보해 둔 가방을 사 갔다고 전해진다.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면 단종 제품이나 전시 후 폐기된 제품이 있는 곳을 안내했을 거라는데, 이 경우 색상·디자인·가격 등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 란도셀을 생산하는 대형 메이커나 공방은 보통 2월 즈음 카탈로그를 완성하고 신제품 발표에 나선다. 그리고 3~4월에 백화점과 양판점, 전시회 등을 통해 예약 판매가 시작되며 이후 제작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서 요즘 나오는 란도셀은 기성품 개념의 대량생산 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사는 수십수백 종의 다양한 란도셀 모델을 제시하면서 주문받은 양만큼만 생산하는 추세다. 완성과 배송에 있어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래서 란카쓰의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

올라가는 가격도 저출산 시대이다 보니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의 지갑을 뜻하는 '식스 포켓(Six Pockets)’에서 소수의 아이를 위한 돈이 나오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을 의미하는 란도셀 구입이 일종의 집안 행사로 여겨져 가격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란도셀을 착용한 기념사진이나 친척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골든위크에는 유통업계의 각종 판매 이벤트가 앞다투어 이뤄진다. 당연히 란도셀에 관한 프로모션도 진행될 것이고, 그 안에서 판매 경쟁과 란카쓰 경쟁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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