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콘셉트 사진에 등장한 백마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
권위를 표현하는데도 적절.. 나폴레옹·조지 워싱턴 이미지에 함께 등장
북한의 우상화 작업 단골 재료로 쓰이기도

르세라핌 콘셉트 사진 / 뉴시스
르세라핌 콘셉트 사진 / 뉴시스

지난주 금요일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새 앨범의 콘셉트 사진을 공개했다. 서부영화를 연상케하는 의상에 개척자의 이미지를 담았는데 멤버들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존하는 동물 중에 백마만큼 선명하고 특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물도 드물다. 무엇보다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되는 것이 공통점이다.

성서에서 백마는 '승리자의 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서양 신화 속 백마는 유니콘의 또다른 이름으로 여겨진다. 동양에서 백마는 시조 신화에도 제법 등장하는데 신라의 박혁거세가 대표적이다. <삼국유사>에는 '백마 한 마리가 꿇어앉아 절하고 있었다. 그곳에 알이 있었다. 말은 사람을 보고 길게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에서 단정한 동자(박혁거세)가 나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흰색이 주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희귀성이 신성함으로 연결되며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권위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폴레옹과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과 조지 워싱턴

궁정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에 대한 그림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림으로 꼽힌다. 나폴레옹 본인도 상당히 만족해서 여러 점을 주문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물론 실제로는 지구력이 좋은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지만 여기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도 백마와 관련한 그림이 많다. 실제 밤색의 '넬슨'과 회색빛의 '블루 스킨'이라는 말들을 즐겨탔는데 기록으로 남아있는 그림에는 주로 백마와 함께한다. 아마도 수장으로써의 상징성을 나타내는데 적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북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우표 속 백마 / 뉴시스
북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우표 속 백마 / 뉴시스

백마를 이용한 이미지메이킹에 있어서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선대부터 최고 지도자의 우상화 작업에 백마는 단골 재료로 쓰인다. 최근 공개 빈도가 늘어난 딸 김주애의 백마 공개라든지 열병식 기념우표에 담는 모습들을 보면 여전히 진지하다.

서부극의 주요 클리셰 중에 정의롭게 묘사되는 주인공이 백마를 타고 악역은 어두운색의 말을 타는 것이 있다. 이번 르세라핌의 콘셉트 사진 속 백마를 보니 문득 떠올리게 된다. 한편으론 흑백사진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백마가 주는 특별함도 눈길을 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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