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높지만 무거운 란도셀 가방,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부담
100여 년의 역사 동안 늘 비싸.. 최근 10년 동안 약 2만엔 상승
학교 지정,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 등으로 높은 점유율
6년간 사용 후 리메이크·롤링페이퍼·기부에 활용

일본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소위 '국민 가방'이 있다. 네덜란드어로 백팩을 나타내는 단어 '란셀(ransel)'에서 유래되어 '란도셀(란도세루)'로 불리는 이 가방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4월 이맘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란도셀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 / 가디언 갈무리
란도셀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 / 가디언 갈무리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지는 란도셀이 너무 무거워서 일본 학생들이 등과 어깨가 아프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요미우리의 보도를 인용하며 도쿄의 초등학생 수영복 제조업체 풋마크(Footmark)의 조사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조사에 따르면 란도셀을 사용하는 6~12세 어린이의 90% 이상이 가방 무게를 문제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학부모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란도셀 가방 자체가 1.5kg 안팎으로 초등학생 가방치고 무겁다. 딱딱하고 무거운 가죽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만큼 초등학교(소학교) 6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장점이지만 무게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강한 내구성이 지진 발생 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교과서와 학용품을 넣다 보면 4~5kg은 쉽게 넘는다.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에 사물함이 없거나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는 문화가 없다. 이것저것 넣다 보면 가방 무게가 10kg 가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란도셀에 장착하는 바퀴 프레임이 높은 인기를 얻었을 정도다.

높은 가격은 물론 소재에 따른 가격의 편차도 크다. 저가 상품도 있지만 일반적인 제품 가격이 일단 우리 돈으로 50~60만 원 선이고, 비싼 제품은 1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과거 란도셀과 현재의 란도셀 / 세이반(SEiBAN) 홈페이지 갈무리
과거 란도셀과 현재의 란도셀 / 세이반(SEiBAN) 홈페이지 갈무리

란도셀공업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란도셀이 처음 등장한 시기를 1914년(다이쇼 3년)으로 보는데 당시 1.5엔의 가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 단팥빵의 가격이 1센이었기 때문에 단팥빵 150개의 가격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버블경제가 폭발할 당시 란도셀은 3만 3000엔 정도였다. 이 시기 대학 졸업 남성의 초봉이 16만 9900엔 정도였으니 여기에 20% 해당하는 가격은 상당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도 가격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2022년 기준 평균 가격이 5만 6425엔으로,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3만 7400엔에 비해 2만엔(약 20만 원) 가까이 비싸진 상황이다.

란도셀공업협회 홈페이지
란도셀공업회 홈페이지

이럼에도 불구하고 란도셀이 국민 가방인 이유는 학교에서 란도셀을 권장하거나 교복에 맞춰 지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일본 문화에서 다른 가방을 메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작용한다.

어찌 됐든 6년을 사용한 가방이다 보니 지갑 또는 핸드폰 케이스로 리메이크하거나 친구들끼리 롤링페이퍼로 활용하며 추억으로 간직하는 경우도 많다. 높은 가격을 고려해서 국내외로 기부를 하기도 한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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