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 진상하던 기관이 있었던 웅어
한강종합개발사업 등으로 한강·임진강 하구에서는 사라져
가을 전어와 비견되는 봄철 웅어, 4월~5월 초 회가 일품
의자왕의 보양식.. 각종 비타민 풍부해서 피부미용·다이어트·피로회복에 좋아

겸재 정선의 그림 '척재제시' / 네이버 지식백과 갈무리
겸재 정선의 그림 '척재제시' / 네이버 지식백과 갈무리

겸재 정선의 그림 ‘척재제시(惕齋題詩)'에는 척재 김보택이 생선 꾸러미를 선물 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당시 집권층의 사랑방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이 그림에서 양반이 받는 선물로 등장하는 생선은 무엇일까. 바로 웅어다.

웅어는 갈대 사이에서 산란하는 습성이 있어 과거에는 '위어(葦魚)'라고도 했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우여'·'우어'·'의어'·'도어' 등으로도 불린다. 지금의 고양시가 위치한 한강 하류에는 웅어를 잡아 진상하던 위어소(葦魚所)가 있을 정도로 귀하고 맛있는 생선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이 더 많다.

웅어 / 한국관광공사
웅어 / 한국관광공사

위어소가 있었다는 고양시의 행주나루터 일대에는 웅어가 많이 잡히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서해의 조수와 한강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으로, 어린 웅어가 바다로 내려가서 성장했다가 산란을 위해 하구로 올라오는 습성과 맞아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거치며 물길이 변하고 갈대숲이 사라지면서 웅어를 점차 볼 수 없게 되었고, 현재 한강이나 임진강 일대에서는 웅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

결국 자연스럽게 접할 일이 줄어들면서 수도권에서 웅어는 점차 잊혀 갔다. 지금 고양이나 파주의 웅어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웅어도 부산·군산·목포·해남 등에서 공수해오는 웅어다.

웅어회 / 한국관광공사
웅어회 / 한국관광공사

봄철의 웅어는 맛에 있어서 가을의 전어에 비유가 되곤 한다. 특히 가장 맛이 좋다는 4월에서 5월 초에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째 회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연하고 부드러운 살에 지방질이 많아 구수한 맛이 나며 뒷맛도 깔끔한 것이 일품이다. 다만 5월 중순이 지나면 뼈와 가시가 단단해져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알아두어야 한다. 비단 회가 아니더라도 구이나 매운탕, 회덮밥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젓갈도 가능하다.

웅어는 백제 의자왕이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이야기와 명나라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맛이 달고 기운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약으로도 쓰였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영양도 인정받아왔다. 요즘에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서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피로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웅어는 성질이 급해서 그물에 걸리면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제철인 지금 회를 즐기고자 한다면 전문점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 좋은 4월 나들이 속 식도락에 웅어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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