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지진 경보음 ·불쾌한 냄새를 첨가한 도시가스·쓴맛 나는 게임기 카트리지
심리적 효과를 활용하는 불쾌감과 디자인의 관계
불쾌감을 높이거나 모호성을 내세워 새로운 가치 만들기도
'굿 디자인 마루노우치(GOOD DESIGN Marunouchi)' 기획.. 이번 달 23일까지 진행

'디자인은 항상 사용하기 쉽고 이해하기 좋아야 하는가?', '디자인은 아름답고 세련되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획전이 지금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

「불쾌함의 디자인전(不快のデザイン展)」이라고 이름 붙은 이 기획전은 디자인에 항상 '쾌(快, 여기서는 즐거움 정도라고 해두자)'가 요구되어 '불쾌(不快)'가 불필요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문제를 제기한다. 간과하기 쉬운 불쾌감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 기획전의 핵심 의도다.

기획전에 설치된 디오라마 / 닛케이 XTREND 갈무리
기획전에 설치된 디오라마 / 닛케이 XTREND 갈무리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경보음은 청각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 충분히 자극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본래 냄새가 없는 천연가스지만 도시가스로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불쾌한 냄새를 넣는다. 닌텐도 스위치 카트리지는 어린아이들이 잘못 삼키는 일이 없도록 쓴 성분을 입혀놓는다. 기획전은 이런 식으로 심리적 효과를 활용하는 불쾌감과 디자인의 색다른 관계를 주목한다.

불쾌감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제시한다. 일반 기저귀보다 10배 젖은 느낌이 들게 해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도록 유도하는 '트레이닝팬츠'라든지, 책상과 의자의 디자인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대상을 자신이 알고 있는 패턴으로 대체해 인식하는 인간의 심리 현상)'를 유도하는 경우도 예가 된다고 소개한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쓴맛 나는 닌텐도 스위치 카트리지, 모호한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 모기 소리 체험 공간 / 닛케이 XTREND 갈무리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쓴맛 나는 닌텐도 스위치 카트리지, 모호한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 모기 소리 체험 공간 / 닛케이 XTREND 갈무리

전시관 한편에는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놓았다. 생물의 종류와 나이에 따라 '모기 소리'가 들리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의 주파수를 조정해놓고 관람객이 직접 경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테면 주파수 스위치를 돌리며 어느 연령대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가 자신에게 들렸는지 혹은 들리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본디자인진흥회 카와구치 마사미(川口真沙美)는 "불쾌감은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윤곽이다. 디자인은 즐거움만을 추구해왔지만, 그 밖에 있는 불쾌감을 생각해 봄으로써 앞으로의 인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기획전을 준비한 나카자와 슌(中沢俊) 역시 "불쾌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불쾌감을 활용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획전의 취지를 설명한다.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는 '굿 디자인 마루노우치(GOOD DESIGN Marunouchi)'는 2021년부터 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 기획을 공모하고 있다. 첫 기획전은 「만화와 디자인 전시회」였는데 코로나 펜데믹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1만 3000여 명이 다녀가는 인기를 얻어 오사카에서 순회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2회인 이번 기획전은 지난 3월 24일에 시작, 이번 달 23일까지 계속 진행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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