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음식의 현지화다. 음식 고유의 조리법은 물론 식재료에 대한 인식과 활용하는 방식, 종교적 차이, 민족이 가지고 있는 의미 등을 고려해서 달라지게 되는 과정에서는 호기심과 색다름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토핑 만으로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피자는 흥미로운 메뉴다. 간단한 예로 현지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외식 프랜차이즈들 중 피자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피자들을 보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다음은 세계적인 피자 브랜드 피자헛(Pizza Hut)과 도미노피자(Domino's)가 선보인 '조금은' 파격적이고 궁금한 몇 가지 피자들이다. 얼핏 어떤 피자들은 현지화와는 상관없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파인애플 피자만으로도 기겁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면 쓰러질지도 모를 피자들은 맞지 않을까 싶다.

'투머치 고수(Too Much Cilantro)' 피자 / 피자헛 재팬
'투머치 고수(Too Much Cilantro)' 피자 / 피자헛 재팬

◆ 고수 피자(Too Much Cilantro)

일본 피자헛(Pizza Hut Japan)은 지난 20일부터 '투머치 고수(Too Much Cilantro)' 피자를 선보였다. 새우·토마토소스·양념 소스에 상당한 양의 고수를 얹은 이 새로운 피자는 오는 4월 9일까지 한정 기간으로 판매된다.

고수는 강한 향으로 인해 보통 소량을 사용하지만 이 피자는 상식을 뒤엎는데 초점을 두었다. 피자 박스를 여는 순간 고수의 양과 향으로 충격을 준다고.

제품 개발의 배경도 재밌다. 몇 년 전 대만 피자헛에서 실시한 브랜드 이미지 소비자 조사에서 피자헛은 '시대에 뒤떨진 브랜드다'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수량·기간을 한정하며 내놓았고, SNS 상에서 찬반양론 등 화제성을 유도했다. 어떤 형태의 화제성이든 일단 '핫'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고, 결국 이 과정을 거치며 신선하고 젊은 층에 가까운 브랜드라 이미지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피자헛은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결정, 회의 결과 나온 100개 이상의 아이디어에서 선택된 것이 고수 피자다. 여담이지만 고수 피자 개발 담당자는 원래 고수를 싫어했으나 상품화를 위한 시식을 계속한 결과 좋아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이것도 홍보성 에피소드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라멘 피자 기사 '라멘 피자? 대만 피자헛이 공개한 미친 매시업' / CNN travel 갈무리
라멘 피자 기사 '라멘 피자? 대만 피자헛이 공개한 미친 매시업' / CNN travel 갈무리

◆ 라멘 피자

대만 피자헛이 2020년에 한정판으로 내놓은 '라멘 피자'. 일본의 라멘 체인 '멘야무사시(麵屋武藏)'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이 피자에는 토핑으로 면은 물론 파·고추·차슈·반숙 계란 반쪽이 올라갔다. 일견 돈코츠 라멘을 피자위에 옮겨놓은 느낌라고 할 수 있다.

라멘 피자는 앞서 언급한 화제성을 노린 대만 피자헛의 전략적인 메뉴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마케팅 담당자였던 릴리 주(Lily Chou)는 CNN travel 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소비자들은 긴 노동시간과 높은 생활비로 고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창의적인 음식 장면은 흥미롭고 창의적인 탈출구가 되었다. 대만인들은 일상의 압박을 덜어줄 빠른 기쁨의 순간을 찾고 있다."라며 제품에 의의를 부여했다.

대만 피자헛은 앞서 2019년에 두리안 피자, 버블티 피자, 취두부 피자를 선보이며 상당한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메기 피자 / 도미노피자 나이지리아 페이스북
메기 피자 / 도미노피자 나이지리아 페이스북

◆ 타피오카 피자

2019년 대만에서는 피자헛과 도미노피자에서 모두 버블티 피자를 선보였는데, 도미노 피자는 한발 더 나아가 일본에서도 타피오카 피자를 내놓았다. 일본에서 버블티 인기가 한창 휩쓸던 때를 막 지나던 2020년 봄에 피자로 만들어 공개한 것.

모양은 마치 올리브를 뿌려놓은 것 같지만 타피오카 알갱이가 넉넉하게 박혀있으며, 오븐에서 꺼내서 타피오카를 뿌린 것이 아니라 굽기 전부터 올려놓아 치즈에 덮여있는 형태다. 후기를 보면 타피오카의 쫄깃함과 도우의 어우러짐에 대한 왈가왈부가 많았다. 일본에서 판매될 때는 메이플 소스를 함께 제공돼서 독특함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기 피자 / 도미노피자 나이지리아 페이스북
메기 피자 / 도미노피자 나이지리아 페이스북

◆ 메기 피자

피자 토핑에 생선이 올라가는 것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도미노피자는 나이지리아에서 '매운 메기 피자(Spicy Catfish Pizza)'를 내놓았다.

이 피자는 피자 소스와 모차렐라 치즈, 붉은 고추, 양파, 풋고추 토핑에 메기 살코기가 어우러져 있다. 메기는 나이지리아에서 많이 잡히는 담수어이자 즐겨먹는 식재료로 현지인에게는 거부감이 덜한 피자 토핑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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