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채취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치발리볼 대회 트로피
철거한 건물 자재들로 만든 서울대 자연대 트로피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은 전자기기에서 추출해서 만들어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비치 프로 투어 2022 결승(Beach Pro Tour Finals 2022)'에서는 독특한 트로피가 공개됐다. 일반적으로 금이나 은을 포함해서 만드는 트로피와 달리 이 트로피는 전 세계 해변에서 채취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들어졌다.

비치 프로 투어 2022 우승 트로피 / 발리볼월드닷컴 갈무리
비치 프로 투어 2022 우승 트로피 / 발리볼월드닷컴 갈무리

국제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매년 11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어 전 세계 해변과 바다의 오염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이 트로피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취지에서 제작됐는데, 무엇보다 해변에서 이루어지는 비치발리볼인 만큼 상징성을 표현하는데 더할 나위가 없는 기획이기도 했다.

발리볼 월드(Volleyball World) CEO 핀 테일러(Finn Taylor)는 "재활용 해변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 새로운 트로피는 행동의 필요성을 상징한다. 이는 해변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앞으로 선수와 팬들이 해양 오염을 막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해변 정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라며 트로피의 의미를 소개했다.

의미 못지않게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트로피를 제작한 더 뉴 로우(The New Raw)는 배구의 역동적인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유려한 곡선과 움직임이 느껴지는 조각으로 제작했고, 자연적인 요소인 모래와 바다를 상징하는 색상을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28동은 지난해 재건축이 완료되었다. 주목할 것은 2020년 재건축에 들어가며 44년간 강의 공간으로 활용된 기존의 건물 자재들을 업사이클링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미술대학교수진으로 꾸려진 프로젝트팀은 철거하는 건물의 책상·의자·현관 철문·계단 목재 난간 등을 미술작품과 다양한 소품으로 재탄생 시키며 색다른 방식으로 건물의 역사와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했다. 나무와 황동으로 만들어진 트로피도 마찬가지다.

자연과학대학 공헌자 및 기부자 수여용 트로피 /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뉴스룸 갈무리
자연과학대학 공헌자 및 기부자 수여용 트로피 /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뉴스룸 갈무리

서울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샤’모양이 새겨진 이 트로피는 과거 자연대 건물 현관문에 있던 '샤'모양 손잡이를 재활용한 결과물이다. 이 트로피는 자연과학대학에 공헌한 인물이나 기부자들에게 전달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수여된 메달은 일본 전역에서 기부된 전자기기를 재활용해서 만든 것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약 5000여 개에 달하는 금·은·동 메달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 금속재료를 모두 기부된 전자기기들에서 추출한 것인데,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을 표현하고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휴대폰 약 621만 대, 소형 가전제품 7만 8985톤을 수거했다고 전하며, 메달을 만드는데 사용된 금 32㎏, 은 3,500㎏, 동 2,200㎏을 모았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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