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으로 인한 섬유증
플라스틱을 많이 섭취할수록 더 많은 흉터 생겨.. 섬유화로 진행
부석·모래 등 천연물 등은 섬유화와 무관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이 바닷새에게서 발견됐다. '플라스틱증(Plasticosis·플라스티코시스)'이라고 명명된 이 질병은 야생동물에서 플라스틱으로 유발된 섬유증이 발견된 첫 번째 사례다.

영국과 호주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 최근 국제학술지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을 통해 '플라스틱증: 바닷새 조직에서 큰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관련 섬유화 특성 규명(‘Plasticosis’: Characterising macro- and microplastic-associated fibrosis in seabird tissues)'을 발표하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연구에 따르면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고 반복되는 염증으로 인해 조직이 변형되어 성장과 소화,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해서 위장의 섬유화가 진행되는 과정 / 유해물질저널 갈무리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해서 위장의 섬유화가 진행되는 과정 / 유해물질저널 갈무리

이 같은 내용은 연구진이 호주 해안에서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로드하우스섬에 서식하는 바닷새 '붉은발슴새(flesh-footed shearwater)'를 10년 넘게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특히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서 섭취하는 것은 물론 새끼들에게도 먹이로 주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흉터가 나이에 상관없이 만연되어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붉은발슴새가 섭취한 플라스틱의 양과 위장의 흉터가 비례하는 것도 발견했다. 플라스틱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 조직에 더 많은 흉터가 생겼다는 것. 일시적인 흉터 조직은 회복하기 쉽지만 반복되는 상처와 염증으로 인한 흉터 조직은 유연성이 감소하고 구조가 변경되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붉은발슴새의 경우 위장 내부에 있는 관 모양의 분비선이 점진적으로 파괴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분비선을 잃게 되면 새들은 감염과 기생충에 더 취약해지고,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흡수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부석이나 모래 등 붉은발슴새의 위장 속에서 발견된 천연물들은 섬유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다. 결국 해당 질환이 플라스틱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플라스틱증'이라고 이름 붙이게 됐다.

붉은발슴새 / 새와 생명의 터 갈무리
붉은발슴새 / 새와 생명의 터 갈무리

연구진의 일원이자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조류 담당 수석 큐레이터인 알렉산더 볼드(Alexander L. Bond)는 "이 새들은 겉으로는 건강해 보일 수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라며 "이 연구는 위 조직이 이런 방식으로 조사된 최초의 사례이며, 플라스틱 소비가 이 새들의 소화기관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붉은발슴새 한 종을 통해서만 확인했지만 사실 더 많은 종들이 영향을 받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플라스틱이 얼마나 퍼졌는지, 얼마나 노출됐는지 등에 관한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