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아디다스의 신용등급 잇따른 하향 조정
예(Ye)와의 계약 해지 영향 지속
러시아 시장 철수와 중국 시장의 부진 여전
신임 CEO 비에른 굴덴의 역량 기대

지난 2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는 아디다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S&P의 경우 장·단기 신용등급을 기존 'A+/A-1'에서 'A-/A-2'로 하향하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고, 무디스 역시 'A2'에서 'A3'로 낮추면서 향후 12~18개월 동안 영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디다스의 이런 부진을 전망하는데 가장 큰 요인은 유명 래퍼 '예(Ye, 개명 전 카니예 웨스트)'와의 결별이다. 지난해 예가 반유대인 발언을 통해 큰 물의를 일으키자 아디다스는 예와의 협업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협업 매출의 규모다.

주요 이지 제품 / 아디다스 홈페이지 갈무리
주요 이지 제품 / 아디다스 홈페이지 갈무리

아디다스는 2013년부터 예와 ‘이지(Yeezy)’ 운동화 라인을 선보였는데 이 제품들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매년 아디다스 매출의 7% 내외를 차지하며, 연간 17억 유로(약 2조 3500억 원) 가량을 벌어들일 정도로 이지는 효자 제품군이었던 것. 예와의 계약 해지 당시 반기는 목소리가 높으면서도 주가는 크게 떨어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은 이 여파가 지난해로 그치지 않고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에서 비롯됐다. S&P는 예와의 계약 종료로 아디다스의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13억 유로(약 1조 8000억 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하는가 하면, 무디스는 올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재고로 남아있는 제품들도 문제다. 이지의 가격은 보통 200~600달러 선인데 현재 남아있는 재고 가치는 3~5억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회계상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처리하는 데 있어 이지의 라벨을 없애고 판매하더라도 마케팅 측면에서 좋지 못한 선택이 될 것이고, 폐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환경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어떻게든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의 재난 구호 활동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의 상황도 수년째 아디다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아디다스, 러시아 축구연맹과 파트너십 중단' 기사 / 인디펜던트 갈무리
'아디다스, 러시아 축구연맹과 파트너십 중단' 기사 / 인디펜던트 갈무리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시작되자 아디다스는 "우리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하며 평화를 외치는 이들과 연대한다"라는 성명과 함께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500여 곳의 매장이 문을 닫았고, 2008년부터 계속되어온 러시아 국가대표팀 유니폼 계약도 중단했다.

사실 냉전시대 중 개최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공식 후원사로 선정될 만큼 아디다스와 러시아의 관계는 남달랐다. 이후 러시아 운동화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나이키보다 우위를 점하던 시장이었던 만큼 아디다스 입장에서는 러시아에서의 철수가 적지 않은 타격이다.

중국 시장은 2년 전 제기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위구르족의 강제 노역으로 면화가 생산되는 현실을 글로벌 기업들이 규탄하기에 나섰고 아디다스도 동참했다. 그러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궈차오(国潮, 애국소비)'라고 해서 중국 브랜드를 선호하고 해외 브랜드를 불매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아디다스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연 이후 꾸준히 성장, 2021년 기준으로 회사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올렸던 아디다스였지만 이후 매출은 급락한 상태다. 지속적인 불매 운동에 경쟁 압박까지 커지면서 회복 가능성과 시기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비에른 굴덴 아디다스 CEO / 파이낸셜 타임스 갈무리
비에른 굴덴 아디다스 CEO / 파이낸셜 타임스 갈무리

현재 아디다스의 CEO는 지난해 11월 선임된 비에른 굴덴(Bjørn Gulden)이다. 젊은 시절 아디다스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승승장구, 이후 몇 개의 회사를 거치다가 직전에는 퓨마의 CEO까지 지냈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CEO 선임 소식에 주가가 20% 이상 급등할 만큼 회사와 주주들의 기대는 물론 업계의 관심도 받고 있는 그는 “조각을 다시 맞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디다스가 다시 빛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아디다스가 2023년을 어떻게 보낼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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