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조직원 15명 검거
충청·강원·경북서 8개월간 980만ℓ 판매

한국석유관리원 대전세종충남본부 검사원들이 지하 저장탱크 내부를 검사 장비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석유관리원 제공)
한국석유관리원 대전세종충남본부 검사원들이 지하 저장탱크 내부를 검사 장비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석유관리원 제공)

30일 한국석유관리원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합동으로 가짜경유를 제조해 충청, 강원, 경북지역 주유소를 통해 판매해온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최씨 등 유통 조직의 핵심 조직원 6명은 구속됐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제조 총책인 최모(46세)씨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간 대전 등에 제조장을 차려 놓고 경유에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 및 윤활기유 등을 혼합한 가짜경유를 제조했다. 이후 충청과 강원, 경북지역 주유소 6곳을 임대해 128억원(약 980만ℓ) 규모의 가짜경유를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대전, 금산, 진천 등 제조장을 수시로 옮겼다. 임대 주유소 대표에는 '바지사장'(명의사장)을 내세웠고 제조책과 유통책, 판매책으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 조직을 운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가짜 석유제품의 적발 사례는 휘발유보다 경유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적발한 가짜 기름의 유통 및 판매 1,079건 중 가짜 경유 적발 사례는 93%에 달했다. 가짜 경유가 이렇듯 기승을 부리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비교적 제조가 쉬운 편인데다,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2017년 상반기, 경기도에서 검거된 유사 경유 제조 및 판매로 검거된 일당은, 가짜 경유를 구분하기 위해 등유 내에 첨가된 식별제를 제거하는 지능적 수법으로 수억 원대의 부당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석유제품 거래상황 수급보고 자료' 분석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했다"며 "추적과 잠복을 통해 제조장과 판매 주유소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왔다"고 말했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석유 불법유통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단속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가짜석유는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범죄인 만큼 검사 방법을 더욱 고도화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가짜 경유로 인한 자동차의 전조증상

주유 후 차량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보고 다음 중 어느 한 가지 증상이 있다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가짜 경유를 주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속력이 잘 올라가지 않는 출력 저하 증상 및 연비 악화가 대표적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서는 가짜 경유의 주유 시, 실제 주행에서 연비가 4~9% 가량 하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출력 저하와 연비 하락에는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지만, 만약 차량 출고나 점검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면 연료유의 품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소음과 진동 역시 가짜 연료유로 인한 차량 손상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또한, 동승자나 행인에게 부탁해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배기구에서 나오는 매연의 정도를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짜 경유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등유나 윤활기유 등을 섞게 되면, 연료가 불완전연소하며 검은 매연이 갑자기 증가한다. 출고된 지 10년이 넘는 노후 경우차량이 아닌데 이러한 매연이 나온다면 주유소를 옮겨볼 필요가 있다.

낮은 세탄가로 인해 착화 시점이 안정되지 않고 연소실 내에 많은 찌꺼기가 발생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완전 연소되지 않은 불순물들은 DPF(디젤미립자 포집필터, Diesel Particulate Filter) 장치에 무리를 준다. 또한 연소실의 착화 온도가 불필요하게 높아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질소산화물이 다량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에 정상적인 경유50%와 용제 25%, 윤활기유 25%를 혼합한 가짜 경유를 주입했을 때 탄화수소는 40%, 일산화탄소는 33%, 질소산화물은 5%씩 증가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질소산화물이 157%나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 요소수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무해화하는 SCR 장치 장착 차량의 경우, 요소수의 소모량 증가는 물론 장치 수명 단축 등도 초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오피넷에서는 지역별 불법 행위 적발 주유소의 정보를 제공한다[에스오일]
오피넷에서는 지역별 불법 행위 적발 주유소의 정보를 제공한다[ⓒ에스오일]

한국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www.opinet.co.kr)에서는 가짜 연료 유통을 포함한 불법 행위로 적발된 주유소를 공시한다. 또한 한국 석유관리원은 차량 연료 탱크 내의 연료유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차량연료 품질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