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겪은 문제들
계속 걸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선
누구는 보안 출입로로 통과, 누구는 별도 공간으로 출입?
안전 의식의 실제적 적용·출입로의 불합리함과 보안 문제

이 기사 시리즈는 기자 본인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고양물류센터(이하 쿠팡 고양센터)에서 실제로 수개월(4월~12월)을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1부. 쿠팡 고양센터에서의 경험, 단기(아르바이트)나 계약직 근로자로서 일과 환경으로 접할 수 있는 부분 등을 다룬다.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①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의 작업 환경

2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대한 주요 이슈와 사회적 관심, 문제 제기 등을 다룬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정종철 대표의 국정감사 질의응답과 노조의 입장, 기자의 경험에서 나온 문제의식도 담긴다.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②-1 주요 이슈와 노조 입장
-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②-2 안전과 보안 문제

3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영위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풀필먼트서비스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과 쿠팡의 현황, 자동화 등에 대한 내용이다.

안전에 관한 제언

최근 들어 현장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동안 스트레칭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안전에 대한 게시물과 경고물들도 모자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것은 현장에서의 적용과 분위기다.

기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8월 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일단 출근을 했고 1~2시간가량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어지럼증을 느꼈다. 카트를 끌고 걸어가면서 두어 번 주춤했을 정도라 조퇴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캡틴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조퇴를 신청하기 위해 갔다. 당시 시간이 저녁 8시 30분.

"혹시 꼭 지금 가셔야 하나요?"

내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캡틴의 첫 마디가 "혹시 꼭 지금 가셔야 하나요? 지금 가셔도 되는데..."였고, 그 뒤의 말은 "마감 때문에요?"라고 내가 붙였다. 캡틴은 긍정했고 지금 가도 된다고 다시 한번 부연하면서도 30분만 더 하기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10시대에 출발해야 하는 물품의 집품 마감이 보통 9시까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시간대 직원들의 PDA에는 '긴급'이라는 표시가 계속된다. 그래서 내가 조퇴를 건의한 시간은 꽤 바쁜 시간이다. 집품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퇴를 건의했다.

나는 일단 30분 더 집품하는 것을 선택했고 9시가 지나고 '긴급'이라는 표시가 없어졌을 때 다시 가서 조퇴 신청서를 작성하고 캡틴에게 다시금 이유와 증상을 설명해 주고 나왔다.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조퇴했지만 캡틴의 반응과 대응은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혹여 그 30분 동안 내가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이거나 부상을 당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캡틴들의 고정 멘트가 "몸에 이상이 있거나 불편함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와서 말씀하세요. 조치해 드리겠습니다"였다. 입버릇으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받은 분기별 안전보건교육 수료 현황

또 다른 사례다. 마감시간이 임박한 긴급 건을 처리하다 보면 PS들이 와서 거드는 경우가 있다. 그 시간대에 처리해야 할 단일 물량이 많은 경우인데 이를테면 수 십 개의 세제나 대용량 커피믹스 등을 여러 토트에 담아야 하는 상황이다.

빠른 처리에 대한 조바심에 급하게 박스를 뜯고 물건을 꺼내서 도트에 던지듯 넣고 도트를 옮기는 작업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 상황이 발생한다. 더욱이 평소에 분업을 해온 것도 아니고 빠른 처리를 한답시고 호흡을 맞추는 척하는 상태에서의 분주함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곤 했다.

실제 내가 있었던 조가 팔레트 진열 층에서 작업하던 중 이 같은 상황에서 부상이 발생, 부상당한 사원은 약 2주간의 휴직 기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많이 없어진 장면이지만 상황에 따라 혹은 다른 물류센터는 충분히 남아있을 수 있는 장면이다.

안전교육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사고 사례인데 대부분 개인의 부주의로 비롯된 사고나 감안하지 못한 우연성에 의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발생 빈도를 본다면 이런 것들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관리자의 인식과 현장의 분위기는 그만큼 준비되어 있고 안전에 관해 최대한 보수적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몇 주 전부터는 카트에 토트를 과도하게 싣고 다니는 탓에 무게와 시야 방해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트 개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레일로 가야 하는 빈도와 토트를 다시 싣는 과정이 많아져 이동 소요가 늘어났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원들이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변경된 PDA 화면구성이다.

쿠팡풀밀먼트서비스 홍보 영상 화면. (하단에 근로자가 PDA를 사용하고 있다.)
쿠팡풀밀먼트서비스 홍보 영상 화면. (하단에 근로자가 PDA를 사용하고 있다.)

회사의 영업기밀에 해당할 수 있어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 보이던 정보가 줄어든 대신 안전·주의사항에 관한 사진과 문구가 들어간 것이다. 변경 시기와 내용을 보면 취지와 의도는 알겠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를 통해 우리가 안전에 이렇게 신경 쓴다는 '증빙용'이라면 모르겠지만, 직접 일해본 입장에서 사용자 편의와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계속 걸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선이다.

다음 위치를 염두에 두고 이동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것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유리하다. 게다가 카트를 가지고 진입을 할지 그냥 집품해 올지에 대한 결정도 중요하다. 더욱이 카트끼리 마주칠 일 없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상황 아닌가?

완료가 뜨지 않더라도 15kg 넘으려 하면 끊고 레일에 올리라면서 작업 중인 토트 무게를 보기 번거롭게 만든 건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안전사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레일마다 중량물 처리에 대한 경고를 붙여놓고서는 화면구성은 역행하고 있다.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를 하는데 버튼을 눌러야 하는 상황은 왜 더 늘었으며, 집품 중인 토트 확인은 강조하면서 글자는 왜 작아졌는지도 의문이다.

적응의 문제일까 싶어 PDA 화면구성이 바뀌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이후에 주변 사원들에게 이전 버전과 비교해서 몇 점을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십여 명의 사원들 중 100점을 넘는 점수를 준 사원은 한 명도 없었으며, 자신을 후하다고 표현한 사원 한 분이 80점을 준 것 외에 대부분 낙제점 부근 혹은 그 이하를 줬다.
 

출입로에 따른 불합리함과 보안 문제

사람이 불합리함을 느끼는 것에 우선순위가 있다면 크기보다 가까움일 것이다.

누구는 보안 출입로로 통과, 누구는 별도 공간으로 출입?

자신은 작업 현장을 드나들 때마다 보안 절차를 거치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은 별도의 통로로 별다른 과정 없이 출입을 한다면 어떨까. 직급에 따른 차이를 안내받은 바도 없고, 같은 계약직 혹은 단기 사원 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면?

쿠팡 고양센터에서 작업장에 들어갈 때 외부 음료(기성품, 주문 음료 등)는 혹서기 등 특정 기간을 제외하면 반입이 금지된다. 보안상의 문제로 색깔 있는 음료에도 엄격하다. 그런데 별도의 공간으로 출입하는 캡틴, PS 등은 해당되지 않는 듯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외부 주문 음료를 가지고 보안 절차가 없는 통로로 드나든다.

현장은 모두 힘들고, 야간 일은 견디는 것이지 적응되는 것은 아니다. 미묘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느끼는 불합리함은 클 수 있고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12월 쿠팡 고양센터 화장실에 게시된 게시물 ⓒ포인트경제

지난 9월 동탄 물류센터에서는 고가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 1000여 대를 빼돌린 근무자들이 잡힌 일이 있었다. 이는 규모가 이례적으로 클 뿐이지 모든 물류센터들이 겪는 문제다. 그리고 이 경우는 쿠팡 물류센터가 피해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렇게 잡힌 사례도 있겠지만 잡히지 않은 사례도 상당할 것이란 예측이 당연하지 않을까?

도난 예방의 시작은 출입관리다. 그런 의미에서 관행처럼 보이는 현장관리직과 워터(지원, 현장에서 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사원들의 별도 출입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여담

가끔 캡틴들이 매니저의 지시라며 평소보다 집품을 더 길게 하라고 전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3시 51~2분까지 집품하던 것을 55분까지 집품하라는 식이다. 여기에는 '상품을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든지 '원래 55분까지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든지 하는 캡틴들의 애매한 부연이 섞이기도 한다.

그런데 늘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다. 같은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는 IB 사원들이나 워터 사원들은 왜 항상 45분에 마치고 해산을 할까? 좀 더 긴 집품을 요구할 때 말하는 '업무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계약서상에는 '소정근로시간 : 18:00~03:00까지(1일 8시간, 1주 40시간) / 연장근로시간 : 03:00~04:00까지(1일 1시간, 1주 5시간)'로 기재되어 있다. 출퇴근 기록은 물류센터 내에서만 인증 가능한 휴대전화 앱으로 인증하며, 매니저들은 사원들이 사용하는 PDA 기록으로 실제 업무시간을 확인한다. 사내에 있는 유무에 따라 근로를 따진다면 근로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고, 캡틴이나 PS들이 사원들의 PDA를 18시에 등록하려고 맞추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사원들은 18시 이전에 당일 일하는 장소(층)에 이미 도착해있고, 인원점검을 거쳐 다른 곳(층)으로의 근무를 지정받아 이동하기도 한다. 이 시점이 보통 17시 45~50분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은 근무와 무관할까?

이에 관한 내용을 오성 노무컨설팅의 이솔 공인노무사에게 문의해 봤다. 이솔 노무사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이동 및 대기시간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며 "출근 이후 이동 및 대기하는 시간이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시간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이동 및 대기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해석을 현장에서 경험한 바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만한 시간들이라고 본다. 몇 분 더 집품을 요구하는 것에 민감하게 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굳이 정확하게 따지자고 들이대지 않는 것뿐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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