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골판지 조립 키트 '라보(Labo)'는 수업 교구로 활용되기도
골판지로 모양과 소리까지 재현한 일렉트로닉 기타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 등장했던 골판지 침대는 많은 논란과 지적의 대상이 됐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선수들에게 필요한 효용과 수준에서 낙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억해 줘야 하는 것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골판지 입장에서는 잘못 만든 침대만으로 평가받기에는 억울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골판지로 만들어진 수상가옥이 등장했다. 네덜란드어로 '비켈보트(Wikkelboats)', 영어로 '랩 보트(wrap boats)'라고 불리는 이 가옥은 뼈대가 있는 구조물에 1.2m 길이의 판지 조각 500kg으로 감싸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당장 제기할 수 있는 방수 문제는 골판지 자체에 방수층과 나무층 코팅을 해서 해결했다.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욕조는 물론 욕실도 설치할 수 있으며 내열성과 방음성도 확실하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모듈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건물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저렴하다는 점, 태양열 패널로 전기를 생성하는 것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숙박이나 회의 장소로 대여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4년 전에 설립된 비켈보트(회사 이름이기도 하다)는 점점 심각해지는 주거 공간 부족 속에 친환경 소재를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형 주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포장상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결과물들은 현재 로테르담 라인하븐 항구에 7채, 덴 보쉬의 디제 강변에 2채를 비롯해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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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업체 닌텐도(Nintendo)는 지난 2018년 골판지 조립 키트 '라보(Labo)'를 선보였다. 실험실(laboratory)에서 따온 준말로 이름 붙은 라보는 손으로 직접 골판지를 조립하고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는 '토이콘(Toy-Con)' 제품이다.

점선을 따라 골판지를 뜯고 연결하고 끼우면 피아노·바이크 핸들·낚싯대 등을 만들 수 있도록 제시되어 있으며, 완성 이후에는 색칠이나 스티커를 붙여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라보의 가장 큰 의의는 디지털 게임을 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출시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는 초등학생 대상 수업에서 교구로 쓰이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서는 방과 후 활동 주제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워크숍이 개최되기도 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악기에서도 골판지는 가능성을 보인다. 지난 2015년 LA에 있는 시그널 스노보드(Signal Snowboards)라는 회사는 세계적인 전기악기 브랜드 펜더(Fender Musical Instruments Corporation)의 기타 대표 모델 '스트라토캐스터(Stratocaster)'를 골판지로 만들어 냈다.
일렉트로닉 기타의 필수적인 금속 부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골판지로 만들어 냈는데 모양은 물론 소리까지 훌륭해서 당시에 많은 화제를 낳았다. 스노보드를 만드는 회사의 창의적인 외도라서 실제 판매를 하지는 않지만, 골판지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잼그룹 'Cardboard Sessions'의 활동은 계속 지원하고 있다.
케미컬뉴스 이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