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17일은 UN이 세계빈곤퇴치의날을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1992년으로부터 딱 30년이 되는 해다. 결의안은 빈곤이 전 세계 수 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기임을 인정하고 즉각적인 조치와 장기적인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되었다.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연설과 기념 석판 / 조셉 레신스키 홈페이지 갈무리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연설과 기념 석판 / 조셉 레신스키 홈페이지 갈무리

10월 17일이 지정된 이유는 1992년보다 5년 앞선 1987년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트로카데로(Trocadero)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Joseph Wresinski) 신부의 주도로 열린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행사에서 비롯됐다. 10월 17일에 거행된 이 행사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빈곤이 인권 침해이며 빈곤에 맞서 싸우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는 선언을 공식화했다.

유엔은 그동안 중국과 인도에서 전 세계 빈곤을 줄이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기간 동안 국가 간 및 국가 내 불평등도 크게 증가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펜데믹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유엔 제네바 사무국이 공개한 〈2022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 전 세계에 9천300만 명의 극빈층이 새로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져 극빈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전 세계 극빈층이 10억 명 선을 넘었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2022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보고서 / UN 홈페이지 갈무리
2022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보고서 / UN 홈페이지 갈무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작지의 축소를 가져와 생산량 감소를 일으켰고 곡물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이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이 유발되었는데 아프리카·중동의 저소득 국가들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농작물 생산 타격도 이어지고 있는데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뿔(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돌출되어 있는)' 지역의 국가들은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겹쳐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지난 4월 보고서는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가뭄으로 인해 굶주리는 사람이 1400만 명 수준에서 올해 말에는 2000만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빈곤층을 분석해 보면 3분의 2가 어린이다. 굶주림을 넘어 폭력과 고통에 노출되고 교육은 물론 적절한 의료지원도 받지 못하는 가장 안타까운 계층이다. 이런 아이들과 30년이라는 한 세대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함께 바라보면 오늘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 참 씁쓸하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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