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쥐 실험을 통한 후성 유전적 발달에 초점 맞춘 연구
"인간의 비만 위험이 부분적으로 궁상핵의 후성 유전적 발달에 의해 결정"
발달 후성 유전학이 비만 위험에 대한 초기 환경과 유전적 영향 모두에 관여할 가능성

비만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건강 악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비만. 약 30년 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고, 현재 인류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질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비만은 전 세계적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비만 유병률(만 19세 이상)은 2020년 38.3%(남자 48.0%, 여자 27.7%)로 2005년부터 30%를 넘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질병관리청, 2020년 국민건강통계)

비만은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 습관의 영향, 정신적 요인 및 약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연관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게시된 연구에서 어린 시절 뇌 발달의 분자 메커니즘이 비만 위험의 주요 결정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쥐 시상하부 궁상핵의 성 특이적 후성 유전적 발달은 체질량 지수와 관련된 인간 게놈 영역을 정확히 지적한다'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 갈무리

연구자들은 이전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비만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유전자가 발달 중인 뇌에서 발현된다는 것을 암시한 바 있는데 쥐 실험을 통한 이번 연구에서 후성 유전적 발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에 따르면 후성유전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단백질 생성 정보 전달 인자들의 변형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상태나 이러한 유전자 기능의 변화가 유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DNA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한 유전을 의미한다.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은 어떤 유전자가 다른 세포 유형에서 사용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분자 북마크 개념의 시스템이다. 생활조건, 생활 방식, 유전자 발현 및 건강 사이의 상호 작용을 포함하며 미래 세대에 유전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음식의 섭취와 신체 활동, 신진대사의 조절 장치인 시상하부의 '궁상핵(arcuate nucleus; ARC)'이라고 하는 뇌 영역에 초점을 두고, 궁상핵이 출생 후 초기에 광범위한 후성 유전적 성숙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간이 체중 조절의 발달 프로그래밍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해 이러한 효과가 조절되지 않는 후성 유전적 성숙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ARH 뉴런의 출생 후 후성 유전적 성숙은 식이 신호에 대한 반응의 성숙과 관련이 있다" /연구이미지=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 갈무리

후성유전적 태그인 DNA 메틸화와 유전자 발현에 대한 전체 게놈 분석을 체중 발달 프로그래밍을 위한 출생 후 중요한 창을 닫기 전과 후에 수행했는데, 뇌 세포와 신경교의 두 가지 주요 부류 사이에 후성 유전적 성숙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연구자들이 쥐의 후성 유전학적 데이터를 비만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선별하는 대규모 게놈 연구의 인간 데이터와 비교했는데, 쥐의 궁상핵에서 후성적 성숙을 목표로 하는 게놈 영역이 비만의 지표인 체질량 지수와 관련된 인간 게놈 영역과 강하게 겹쳤다는 것이다. 

"인간의 비만 위험이 부분적으로 궁상핵의 후성 유전적 발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발달 후성 유전학이 비만 위험에 대한 초기 환경과 유전적 영향 모두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발달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예방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비만을 막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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