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에서 사라질 수 있는 작물들에 커피·감자·초콜릿 빼놓을 수 없어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커피, 주요 생산국 이상기후로 가격은 상승 재고량 급감
중남미의 기온 상승에 따라 감자 재배 농지도 높은 곳으로
특정지역에서만 자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한 카카오, 생산량 적신호 예측 지속

예전 같으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열대작물들이 길러지고 상품화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재배기술의 발달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기후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특히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라는 분명한 위험 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작물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된 커피는 대표적인 멸종 위기 작물로 꼽힌다. 일단 기본적으로 커피는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품종에 따른 차이는 약간씩 있겠으나 인기 높은 아라비카 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해발 500~2000m 이상의 고산지대가 주 생산지로, 연평균 20℃ 안팎의 기온과 연평균 1200~1500mm 정도의 강수량 그리고 60%대의 습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커피 생산은 몇몇 국가와 지역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의 2020년부터 가뭄과 냉해로 이어진 이상기후는 커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고 원두 재고량 역시 역대급 최저치를 기록하게 했다. 2위 생산국인 베트남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5대 기후변화 피해국 중 하나로 베트남 서부 고원 지역이 기존 대비 빈번한 가뭄 발생으로 커피 및 농산물 생산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커피 재배 적합성 변화 (왼쪽) 현재 (오른쪽) 2050년 예상 / PLOS ONE 홈페이지 발췌
취리히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커피 재배 적합성 변화 (왼쪽) 현재 (오른쪽) 2050년 예상 / PLOS ONE 홈페이지 발췌

최근 몇 년 동안 커피 멸종 위기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호주기후연구소는 2050년이 되면 커피 재배지가 반으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바 있으며,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연구팀 역시 올해 초 국제학술지〈플러스 원(PLOS ONE)〉을 통해 커피 재배 적합지역이 2050년까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인류에게 큰 도움을 주는 감자도 위기에 처해있다. 감자의 특징은 열에 민감하고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는 점. 지구온난화라는 대표적인 기후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작물이다.

감자 /사진=픽사베이
감자 /사진=픽사베이

중남미는 감자의 주산지인데 해수면 상승에 따른 기온 상승에 처하면서 감자의 재배 농지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감자의 원산지 안데스산맥의 원주민 케추아족에게 감자는 생존과 밀접한 작물인데 이들이 해발 3200m 선에서 자라던 감자가 이제는 4000m 이상에서만 자란다고 문제를 호소할 정도다.

국제감자센터(CIP)는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감자의 수확량이 2060년에는 68%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에 나섰다. CIP의 수석 큐레이터인 르네 고메즈(Rene Gómez)는 안데스산맥 일대의 감자 재배에 관해 "40년 안에 이 지역에 감자를 심을 곳이 없을 것으로 추산한다"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품귀현상으로 인한 혼란이 일어난 적이 몇 차례 있다. 이는 감자 생산 및 수급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과 맞물려 일어난 현상으로 감자 멸종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콜릿의 재료가 되는 코코아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전 세계 생산량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아프리카의 평균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에 민감한 작물의 특성으로 인해 코코아의 생산량, 즉 초콜릿의 생산에도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래 코코아는 적도 부근에서만 서식하고 충분한 습도와 비옥한 토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역시 예전과 다른 홍수와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의 평균기온이 1991년부터 2021년 사이에 약 0.3°C 상승했으며 이는 이전 30년의 상승세보다 빠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2050년 코코아 수확량 예측 / 국제농업연구연합기구(CGIAR) 홈페이지 갈무리
2050년 코코아 수확량 예측 / 국제농업연구연합기구(CGIAR) 홈페이지 갈무리

열대농업국제센터(CIAT)는 이미 지난 2011년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2030년부터 코코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2018년에 발간한 〈2050년 코코아 수확량 예측〉에서 시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2050년까지 어느 국가도 코코아의 평균 생산량 수준인 ha당 1t을 초과하지 못할 것이며 절반은 ha당 0.6t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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