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으로 옷을 만든다 '휴먼 머티리얼 루프(humanmaterialloop)'
기름 유출에 대응하는 '머리카락 매트'를 만드는 미용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두고 있는 '휴먼 머티리얼 루프(humanmaterialloop)'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섬유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디자이너 조피아 콜러(Zsofia Kollar)는 유럽에서만 연간 7만 2000톤의 머리카락이 버려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곳을 시작했다.

콜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폐기물로 분류된 머리카락은 매립지로 보내지고 다량으로 축적되어 배수 시스템을 막히게 한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머리카락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료다. 특정 지역에서만 팔 수 있는 면이나 양털 같은 것이 아니다"라며 자원화 가능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운송 소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탄소발자국 부담이 없다는 장점을 언급한다.

프로토 타입 스웨터 '더치 블론드(Dutch Blonde)' / 휴머 머트리얼 루프 홈페이지 갈무리
프로토 타입 스웨터 '더치 블론드(Dutch Blonde)' / 휴머 머트리얼 루프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선보인 프로토타입의 스웨터 '더치 블론드(Dutch Blonde)'는 네덜란드에서 수집된 사람의 머리카락 100%로 만든 결과물이다. 사람의 머리카락 역시 양털과 마찬가지인 케라틴으로 구성되어 있고 안정성과 함께 단열성을 가지고 있어 섬유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콜러의 팀에는 섬유 및 화학 엔지니어가 함께하고 있으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머리카락 잔여물은 천연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휴먼 머트리얼 루프는 현재 여러 패션 회사와 협력 중에 있으며 올해 말 첫 번째 컬렉션을 출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한 친환경 매트를 만드는 곳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매트는 단순히 바닥에 까는 매트가 아닌 바다에 유출된 원유나 기름을 걸러내는 데 사용하는 매트를 말한다.

아델 윌리엄스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THE NATIONAL FOR ALL OF WALES 갈무리
아델 윌리엄스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THE NATIONAL FOR ALL OF WALES 갈무리

영국 웨일스 남서부에 위치한 그린웨이브헤어살롱에서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모은다. 그렇게 수집한 머리카락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살롱에서 보유하고 있는 직조기계를 활용해 매트를 만들어낸다.

그린웨이브헤어살롱을 운영하는 아델 윌리엄스(Adele Williams)는 캐나다에서 일할 당시 머리카락을 기름유출을 처리하는 매트로 재활용하도록 단체에 보내는 것을 보고 영국에 돌아와 적용하게 됐다고 한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리를 하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는 것은 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합성수지 형태의 플라스틱인데,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하게 될 경우 보다 환경에 긍정적이며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헤어 붐과 이를 이용해 기름 제거를 하는 모습 / 'Green Salon Collective' 홈페이지 갈무리
헤어 붐과 이를 이용해 기름 제거를 하는 모습 / 'Green Salon Collective'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Green Salon Collective(GSC)' 가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머리카락에 관한 재활용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용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제작한 헤어 붐과 헤어 매트를 활용해 2021년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디젤유 누출 사고에 대응하기도 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기름유출 사고에 사용한 사례는 꽤 많다. 2006년 필리핀 기마라스섬 기름유출 사고나 2020년 모리셔스 해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머리카락 기부 캠페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머리카락이 기름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으며 호주 시드니공대 연구팀은 머리카락이 무게의 3~9배의 기름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