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중국에서 인듐 관련 사업장 노동자 사망 사례와 폐질환 사례 보고
호흡기 통한 폐에 침착한 인듐은 장기간 존재...급성 독성보다 만성 독성에 의한 영향 커
아연 등 타 금속과 함께 부산물로 추출되는 제련과정 통해 생산
"호흡기에 여러 가지 건강 장해 유발...심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
14일 '인듐 취급 사업장 직업병 예방' 관련 국회토론회 예정

올해 초 인듐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혈액 속 인듐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음에도 보호 조치 대신 해당 노동자 퇴사 및 기간제 노동자로의 대체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직업병 의심 소견 물질, 인듐은 어떤 물질인가?

TV,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패널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투명전도성 산화막(Transparent Conductive Oxide, TCO)을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소재. 인듐(Indium)은 LCD, PDP, OLED 등의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과 태양전지, 스마트 유리용 투명전도막의 핵심 원천 소재다. 우리 사회의 전자기기 수요는 계속해서 급증해왔고, 인듐 관련 산업도 함께 크게 증가해왔다.

인듐(Indium). 원자 번호 49, 화학 원소 기호 In, 인듐은 연성이 뛰어나고 밝은 광택이 있는 은백색의 금속 원소다. /pubchem 갈무리, ⓒ포인트경제CG
인듐(Indium). 원자 번호 49, 화학 원소 기호 In, 인듐은 연성이 뛰어나고 밝은 광택이 있는 은백색의 금속 원소다. /pubchem 갈무리, ⓒ포인트경제CG

1863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발견된 인듐은 지구상에 은만큼 풍부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연, 철, 납, 구리 광석과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회수가 쉽다고 한다. 순수한 인듐은 독성이 낮다고 간주되는데 수용성이 될 경우 체내에 들어오면 장기 손상을 줄 수 있고 폐에 독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산업위생학회지에 게시된 '인듐 관련 직업병 사례 및 국내 사업장 현황(2013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이광용, 한성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박두용)'에 따르면 희귀 금속의 일종인 인듐의 건강 장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본과 미국, 중국에서 인듐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례와 폐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인듐에 대한 건강 장해가 주목을 받았다. 

또한 호흡기를 통해 폐에 침착한 인듐과 인듐화합물은 장기간 폐에 존재하며 체외로 배설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급성 독성보다 만성 독성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보고된 바 있다. 혈액과 혈청 중 인듐 농도는 인듐화합물의 용해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투명 전도성 산화막 소재의 제조 및 재활용 등과 관련된 사업장과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는 각종 디스플레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직 간접적으로 인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인듐은 아연, 납, 구리, 철 황화물에 함유되어 있는데 특히 아연광석(Sphalerite, ZnS)에 함유량이 높다고 한다. 인듐은 주로 아연이 타 금속과 함께 부산물로 추출되는 제련과정을 통해 고순도 인듐금속을 생산해 ITO(인듐주석산화물, Indium tin oxide, In2O3-SnO2) 또는 IZO(인듐아연산화물, Indium zinc oxide, In2O3-ZnO) 타겟 등을 생산하는 산업에 공급한다.

인듐관련제품 유통현황 /연구 이미지='인듐 관련 직업병 사례 및 국내 사업장 현황'

연구에서는 인듐에 의한 폐질환 직업병 사례가 보고된 것이 당시 총 10건(일본 7건, 미국 2건, 중국 1건)이며, 장해기전과 증상은 다양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듐은 호흡기에 여러 가지 건강 장해를 유발하며, 심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2011년 기준 조사된 국내 인듐 생산량은 매월 약 12톤씩 연각 140톤이다. 국내 인듐 수요가 급증하면서 ITO 타겟 제조업체와 소규모 수입업자에 의해 일본과 중국 등으로부터 인듐 금속이 수입되고 있는데 인듐의 수출입 관련 상품 품목별 분류코드인 HS Code는 2002년부터 인듐, 갈륨 등 타 관련 품목들과 혼합된 5개의 HS Code로 분류되어 사용되어 인듐 수입량의 별도 파악은 불가능하다"

전자산업이 크게 발달한 국내에서도 정확한 사용량이 집계되어 있지 않지만 그 사용량은 계속 급증하고 있으며, 인듐제련과 디스플레이 제조, 인듐재생 사업장이 모두 영업을 하고 있고, 각 공정 모두 인듐을 함유한 미세먼지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미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의 인듐 관련 근로자의 인듐 노출 및 건강조사 및 역학조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며 당장 인듐 노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교육과 홍보, 공학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20년 대한내과학회 학술대회 '인듐주석산화물 노출 관련 간질성 폐질환(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김미연)'에서 국내 보고가 없었던 인듐 관련 폐질환과 관련하여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호흡곤란으로 산재보상을 신청하여 평가한 결과 인듐 노출로 인한 간질성폐질환으로 판단한 사례를 보고했다.

"금속 분말을 사용해 전자제품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근무한 A씨(58세)는 악화되는 호흡곤란으로 미만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아 산재보상을 신청했다. 평생 흡연한 적이 없는 A씨는 근무 기간 34년 중 24년간 몰리브텐 금속분말을 생산했고, 이후 10년간 ITO 분말을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했다"

'인듐주석산화물 노출과 관련되어 발생한 간질성 폐질환' /2020년 제71차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갈무리

연구에 따르면 ITO분말 투입 작업을 시작한 지 5년째 되던 해에 전국적으로 ITO에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한 건강검진이 이루어졌는데 당시 A씨는 호흡기 증상은 없었지만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경미한 흉막하 엽간격벽 비후가 발견되어 직무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퇴직할 무렵 촬영한 CT에서 양폐 하엽 흉막하 엽간격벽 비후의 악화가 확인되었다.

게다가 퇴직 후 1년 4개월이 지난 신청인의 혈중 인듐 농도가 43㎍/L로 조사 당시 사업장
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의 34㎍/L 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김미연 연구원은 "호흡기는 직업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기로 직업과 관련되어 발생한 질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업력의 조사가 중요하다"라고 결론지었다.

인듐 취급 사업장 직업병 예방 관련 토론회 마련

오는 14일 오전 10시에 '인듐 취급 사업장 사례로 본 직업병 예방 제도의 개선 과제' 국회 토론회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린다.

'인듐 취급 사업장 사례로 본 직업병 예방 제도의 개선 과제' 국회토론회 포스터 /이미지=반올림

반올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증언을 소개한 후 인듐이라는 물질의 취급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 제도의 현실과 개선방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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