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류의 생존본능으로 나타난 붉은색 빙하와 만년설
온도에 민감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꾸는 바다색
밝기와 선명성이 떨어진 푸른박새의 깃털 색깔도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

최근 몇 년간 극지방의 빙하와 고지대의 만년설에서 쉽게 발견되는 '핏빛눈(blood-red snow)'은 말 그대로 붉은색을 띠는 눈을 말한다. 색깔로 인해 일부 관광객들에 의해 '수박눈(watermelon snow)'으로도 불리는 이것은 사실 눈 자체의 색깔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베르나드스키 남극 기지 / WION,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갈무리
우크라이나 베르나드스키 남극 기지 / WION,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갈무리

빙하와 만년설에 들어있는 '클라미도모나스 니발리스(Chlamydomonas Nivalis)'와 같은 미세조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붉은색을 띠는 것이 원인이다. 원래 엽록소를 가지고 있는 녹조류이기에 녹색이 정상이지만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강한 햇빛이나 자외선에 노출되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붉은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를 분비해 붉게 변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특이한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얀 눈과 빙하가 햇빛을 반사하는 알베도(Alvedo) 효과 덕분에 지구의 기온이 유지되는 부분이 있는데, 붉은색으로 변한 눈과 빙하 표면은 태양 복사에너지를 흡수하게 되고 이는 다시금 눈과 빙하를 더 빨리 녹게 해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

변해가는 바다의 색깔도 기후변화와 관련 깊다. 일반적으로 바다가 파란색이면서도 해역마다 색깔에 차이가 있는 것은 파란색이 파장이 짧아 반사된다는 배경에 엽록소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 등의 유무와 정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지난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바다의 색깔이 광범위하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온도에 민감한 식물성 플랑크톤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 : 21세기 말까지 많은 바다 표면이 색깔을 바꿀 것이다 / MIT News 갈무리
연구 : 21세기 말까지 많은 바다 표면이 색깔을 바꿀 것이다 / MIT News 갈무리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바다의 50퍼센트 이상이 색깔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가 플랑크톤 군집에 변화를 일으켜서 아열대 지방의 청록색 바다는 추가적인 온도 상승으로 식물 플랑크톤이 적어져 파랗게 된다든지 극지방의 파란 바다는 따뜻해진 온도로 인해 플랑크톤이 증가해서 청록색에 가까운 색깔로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전망에 대해 수석 연구원인 스테파니 두트키에비치(Stephanie Dutkiewicz)는 "잠재적으로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라며 "기후 변화가 식물성 플랑크톤의 군집을 다른 군집으로 바꾸거나 이동시킨다면 그들이 지원할 수 있는 먹이 사슬의 유형도 변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다. 단순한 바다 색깔의 변화 수준이 아니라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2005년과 2019년 사이에 파란 가슴의 착색 및 기타 특성에 대한 5,800건 이상의 관찰이 이루어졌다 / eurasiareview, 데이비드 로페즈 갈무리
2005년과 2019년 사이에 파란 가슴의 착색 및 기타 특성에 대한 5,800건 이상의 관찰이 이루어졌다 / eurasiareview, 데이비드 로페즈 갈무리

최근 스페인 연구팀은 푸른박새(blue tit)가 기후 변화로 인해 색을 잃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와 몽펠리에 두 곳에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새 개체군을 모니터링한 결과 푸른박새의 색의 밝기와 선명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새의 깃털은 짝을 유인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런 관점에서 깃털의 밝기와 선명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문제를 일으키는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도 기후변화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의 주 저자인 데이비드 로페즈(David López) 박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는 환경 변화 특히 기후 변화가 푸른박새와 같은 새의 신체적 특징, 보다 구체적으로 밝기와 강도에 변화를 겪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깃털 색깔의 변화는 기온 상승(1.23ºC)과 강우량 감소(0.64mm)가 결합된 결과로 보이며 기후 변화가 이러한 차이의 잠재적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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