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후설비 특별법 5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 및 국회토론회 열려
21일, 5만 명 채우지 못하고 1만5천28명 동의로 마감
"노후돼 쉽게 깨지는 배관, 떨어지는 염산 방울...목숨 걸고 일한다"
"중복규제의 문제와 이미 개별법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등 부처의 안일한 인식"
"청원에 실패했지만,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필요성 여전히 남아"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지난 21일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하고, 1만5천28명의 동의를 받고 마감됐다.

해당 청원을 추진해왔던 일과건강 등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추진단과 100개의 국민동의 청원운동 참여단체가 함께 앞서 지난 1일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과 국회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발생한 화학사고 541건의 원인 중 40%가 시설관리 미흡 때문으로 이는 반드시 노후설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인 만큼 위험만 노후설비 관리는 중요하다.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의 발표 /일과건강 유튜브 영상 캡처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의 발표 /일과건강 유튜브 영상 캡처

이번에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됐던 노후설비특별법은 산업단지의 20년 이상 되거나 가동연한이 지난 노후화된 설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비로 정의하고 있다. 노후설비로 인한 화학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 책임을 사업주를 포함해 정부와 지자체에 관리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알권리 및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현웅 충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대표는 국회 토론회에서 "2019년 한화토탈 사고 이후 대산공단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가 참여한 검증단을 꾸려 매년 반기마다 위원회 회의를 하고 현장방문을 하며 함께 화학사고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특별법에 담긴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가 실현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현장에서 16년 동안 배관사로 일했다는 김성위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노동안전국장은 토론회 현장 증언에서 "2018년도 무렵에 염산을 취급하던 설비 라인에서 배관을 교체하러 들어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배관은 함석판으로 보호되어 라인이 형성되어 있는데 작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밟은 배관이 오래되어 삭았는지 깨져 발이 빠지고 말았다. 안전팀이 왔고 그날 작업을 못했다. 이후 전체적으로 안전조치를 하고 배관들을 교체해 다시 라인이 가동되고 있지만 노후화된 곳이 많아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2022년도에는 작업자들이 있는 구역으로 연기과 가스가 넘어와 냄새를 맡은 작업자가 안전관리자에게 냄새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 문제없다는 답변과 함께 그냥 작업하라고 했다. 결국 황화수소 가스가 누출되어 함께 작업하던 11명의 작업자들이 부산, 양산 등 119에 실려간 일이 있었다. 가동이 안 되던 것을 재가동을 위한 교체 작업을 하던 중에 문제가 됐던 것으로 노후설비가 이처럼 위험하다"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유튜브 영상 캡처

"노후 시설이 위험해도 우리는 들어가서 작업을 한다. 우리 일이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노후설비특별법이 제정돼서 '죽지 않고', 아침에 웃으면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가족들과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현장에서 라인과 설비에 무엇을 취급하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예방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지 지시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모르고 들어가서 마시고, 훗날 암으로 사망하는 노동자 분들이 많은 이유다"

"울산의 한 설비 탱크 옆에서 배관설비 교체 작업을 하던 작업자 분이 옆에 배관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원래 스팀이 지나가면 유증기가 몰리고 물방울이 떨어질 수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은 물방울이 아니라 염산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는 염산 방울에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늘상 있는 일처럼,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사진=일과건강
지난 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사진=일과건강

일과건강은 "국회 토론회에서 여수시청,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담당자들이 참석해 각 기관 및 부서별 입장을 밝혔지만, 중복규제의 문제와 이미 개별 법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등 부처의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기존 법안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계속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노후설비 문제라도 해결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책임 있는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7일 일과건강은 "이번 청원에는 실패했지만,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를 널리 알리고 공감을 일으키도록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 청원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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