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폭염으로 멜론 생산에 큰 피해
폭염은 작물의 면역력을 낮추고 꽃가루 죽이며 꿀벌 활동도 방해
전 세계 망고 생산 1위 국가인 인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망고 흉작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봄 인도를 강타한 폭염이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하며 망고 생산량 역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의 인도 망고재배자협회는 올해 망고 수확량이 7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인도가 전 세계 망고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 피해가 상당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 역시 불가필한 전망이다. WSJ는 이미 최대 네 배가량 오른 가격으로 인해 인도인들이 망고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도 현지 매체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마하라슈트라 주(州) 비다르바 지역의 오렌지 생산량과 품질에 대한 문제도 보도하고 있다. 올해 3월 중순부터 4차례에 걸쳐 이 지역에 폭염이 강타했고 44℃에 달하는 높은 온도가 오렌지 나무를 병들게 하고 낙과를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해 폭염으로 멜론 생산에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멜론은 우리나라에서 7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해서 추석 무렵에 최성수기를 맞는 과일인데, 당시 출하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멜론 최대 산지인 부여재배단지 일대가 낮 기온이 40~45℃(지온 33℃)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말라죽는 멜론이 대거 속출하고 바이러스까지 발생해서 피해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폭염은 높은 온도로 과일 재배에 큰 영향을 주면서도 방향은 다양하다. 일단 폭염 수준의 온도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말라죽는 고사(枯死)와 화상처럼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취약해진 면역력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쉽게 영향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인도의 비다르바 지역의 오렌지 같은 경우는 곰팡이 감염이 동반했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멜론에서는 잎 말림 현상인 황화바이러스가 폭염과 함께 발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폭염으로 전달되는 열은 꽃가루를 죽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폭염 수준의 열은 물이 충분하더라도 열 자체가 꽃가루를 손상시킬 수 있는데 수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불량 수정으로 정상적인 발육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꿀벌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결국은 과일 재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꿀벌의 활동 적정온도를 20℃ 전후라고 설명하며 폭염하에서는 꽃가루 운반 등 수정 활동이 감소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정률이 낮을 경우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폭염은 2019년이 되어서야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개정을 통해 자연재해로 분류되었다. 단순한 더위가 아닌 재난으로써 폭염에 대응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요구되는 상황이다.
케미컬뉴스 심성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