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지는 걸음걸이는 치매 위험 초기 증상일 수도
세계보건기구가 치매예방을 위해 강조하는 유산소 운동
유산소 운동이 뇌의 부피 키우고 기억력 향상시키다는 연구결과들

노인의 걸음걸이 /사진=픽사베이

나이가 들면서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보통 신체기능과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량도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느린 걸음걸이가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느린 걸음걸이와 인지 장애 위험 /미국 국립보건원 PMC 갈무리

지난 2017년 〈미국신경학회저널(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Journals)〉에 실린 연구에서는 평균연령 73세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14년에 걸쳐 걸음걸이 속도를 분석하고 뇌의 회백질 부피(gray matter volume, GMV)를 반복 측정했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와 가지돌기·무수신경돌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지능력과 관련 깊다.

연구팀은 걸음걸이 속도가 줄어드는 것과 GMV 값의 감소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오른쪽 해마의 수축이 눈에 띄는데 느린 걸음걸이가 치매 위험 초기 지표로서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network open)〉에 실린 연구는 좀 더 구체적이다. 7년에 걸쳐 65세 이상의 미국인과 70세 이상의 호주인 약 1만 7000여 명을 추적한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인지기능저하·기억력·처리속도·언어유창성 테스트와 함께 2년에 두 번 걸음걸이 평가를 받았다.

노인의 치매 위험과 인지 및 보행 속도의 이중 감소 연관성/ JAMA Network 갈무리

그 결과 뇌기능 테스트와 보행속도에서 저하를 보인 사람의 치매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과와 관련해서 치매 위험 선별 평가에 보행속도를 포함하는 것이 의미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노화에 의한 뇌 수축과 느려지는 보행속도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다. 다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따른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전반적인 중론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산소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치매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지침 중에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신체 활동(Physical activity)'인데 유산소 운동과 치매 예방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그 근거로 작용한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센터가 경도인지장애인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진행한 연구에서 주 1회 걷기·계단 오르내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은 뇌 위축이 멈추고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되는 결과를 얻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리노이대학의 연구(상단), 피츠버그대학의 연구(하단) /Pubmed 갈무리

유산소 운동이 해마의 부피를 키운다는 연구도 있다. 일리노이대학의 2006년 연구 '유산소 운동 훈련은 노화된 인간의 뇌 부피를 증가시킨다(Aerobic exercise training increases brain volume in aging humans)'와 2011년 피츠버그대 심리학과 커크 에릭슨(Kirk Erickson) 박사 연구팀의 '운동 훈련은 해마의 크기를 늘리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Exercise training increases size of hippocampus and improves memory)'는 유산소 운동의 치매 예방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근거로 인용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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