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OP26에도 등장한 탄소발자국 수치 메뉴판
미국 최초 교내 식당 메뉴에 탄소발자국 표시하는 학교 된 UMass
탄소 라벨 메뉴판이 환경친화적인 메뉴선택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색다른 메뉴판이 등장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 인사, 기자, 시민들을 위해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푸드코트에 있는 메뉴판에는 음식의 이름 및 가격과 함께 음식이 제공되기까지 발생한 탄소 배출량, 즉 '탄소발자국' 수치가 표시되어 있던 것이다.

COP26 푸드코드 메뉴판 /Dailyrecord
COP26 푸드코트 메뉴판 /Dailyrecord

예를 들어 샐러드류는 0.2~0.5kgCO2e, 피시앤칩스 1인분은 1.1kgCO2e, 스코틀랜드 소고기 버거 1개는 3.3kgCO2e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간단한 이모티콘과 함께 수치를 기입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주문한 메뉴는 다회용품 혹은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썩기 쉬운 종이 소재의 그릇에 담겨 나오며 나무 포크와 수저가 제공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사의 취지를 부각시키는 기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Amherst, UMass)는 미국 최초로 교내 식당의 메뉴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하는 학교가 됐다. 지난해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학생들의 88%가 기후 위기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바 있다.

2021년 가을에 실시된 또 다른 설문 조사에서는 75%의 학생이 자신이 먹는 것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다고 답했고 76%는 개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UMass는 식품 탄소 라벨 제공회사인 'My Emissions'와 협력해서 메뉴별로 탄소발자국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My Emissions'의 탄소발자국 표시 방식 /My Emissions  갈무리

탄소 발자국 정보는 물 소비량과 운송 및 기타 데이터를 사용해서 계산되고 메뉴별로 점수를 생성한다. 점수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뉘게 되는데 A등급이 탄소발자국이 가장 낮은 식품인 식이다.

그렇다면 이런 표시들이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University of Würzburg) 연구진이 이번 달 11일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기후변화(PLOS Climate)〉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메뉴판에 음식별 탄소발자국을 기재했을 때 사람들은 환경적으로 덜 해로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토랑 메뉴의 탄소 라벨 및 기후 친화적인 기본 옵션이 식사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과학저널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

연구팀은 256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9개의 서로 다른 레스토랑의 메뉴를 보여주면서 한 가지 요리를 고르도록 했다. 이 중 3가지 일체형 메뉴, 6가지는 사이드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음식에 탄소 라벨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제시했다.

탄소라벨이 표기된(a) 것과 표기되지 않은(b) 이탈리안 메뉴판 예시 /연구 이미지=PLOS

그 결과 참가자들은 탄소 라벨이 있을 때 기후 친화적인 음식을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식당 메뉴의 디자인이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우리가 기후 친화적인 식당 방문을 더 원할 경우 메뉴에서 구성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중요한 매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식당 주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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