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무독성' 표시 아동용 제품서도 발견되는 PFAS
PFAS의 가장 높은 농도는 교복 셔츠... 푹신한 가구, 의복, 베개 등도
유럽과 미국 등 PFAS에 대한 규제는 이미 단계적 시작
식약처 "평생 노출되어도 위해 우려 없다"

방수나 내열성, 얼룩 예방 기능을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하는 제품을 포함해 소비자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광범위한 잔류성 독성 화학물질인 PFAS(과불화화합물,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이 인공 화학물질은 일상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파악하기 어럽고 고유한 잔류 성질 탓에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주목되고 있으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로 불린다.

광범위한 잔류성 독성 화학물질인 'PFAS(과불화화합물)' ⓒ포인트경제CG
광범위한 잔류성 독성 화학물질인 'PFAS(과불화화합물)' ⓒ포인트경제CG

'친환경·무독성' 표시 아동용 제품서도 발견되는 PFAS

지난 4일 환경과학기술에 보고된 미국화학학회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포함해 많은 어린이 제품에 유해한 PFAS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피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려는 소비자들도 노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PFAS는 암을 비롯해 갑상선 질환, 고콜레스테롤, 저체중 출산, 천식 등 다양한 건강 영향과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PFAS가 면역 체계를 억제해 아동기 백신의 효과와 감염과 싸우려는 신체 능력을 잠재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How Well Do Product Labels Indicate the Presence of PFAS in Consumer Items Used by Children and Adolescents?(제품 라벨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하는 소비재에 PFAS의 존재를 얼마나 잘 나타내나?)' /미국화학학회 갈무리

어린이는 성장 발달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특히 화학 물질 노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피하기 위해 종종 '친환경', '무독성' 표시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 인증 표시는 안전 표준에 따라 다르며 모두 동일한 화학물질 목록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9천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의 그룹인 PFAS의 경우 그 기준을 포함하는 철저한 검토가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침구, 가구, 의류를 포함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주 사용하는 93가지의 제품을 테스트했다. 이 제품들은 얼룩 방지, 방수, '친환경', '무독성'으로 표시된 제품들이었다.

PFAS의 표지자인 불소에 대해 제품을 테스트했는데 이 중 54개에 검출 가능한 수준의 불소가 포함되어 있었고, 가장 높은 농도는 교복 셔츠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푹신한 가구나 의복, 베개 보호대 등에서 다른 제품보다 PFAS 수치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단계적으로 폐지된 PFOA도 다양한 제품에서 검출되었는데 그 제품들의 대부분은 중국산이었다고 밝혔다.

제품 표시와 PFAS 검출 빈도 /이미지=미국화학학회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매일 장시간에 걸쳐 밀접하게 접촉하는 제품들에서 이러한 PFAS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유럽과 미국 등 PFAS에 대한 규제는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몇년전부터 유럽에서는 늦어도 2025년까지 PFAS를 단계적 폐지 요청과 2030년까지 PFAS 금지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안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식품 포장에서의 PFAS 금지하겠다던 덴마크는 지난해 PFAS 화합물 그룹 전체에 대해 식품 포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은 PFAS를 비롯해 비스페놀, 난연제, PVC 플라스틱 등 독성을 포함하는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를 담은 'EU리치(EU REACH,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유통량 및 유해성 등에 따라 등록평가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개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메디컬엑스프레스에 따르면 미국은 많은 주에서 제조업체가 제품에 PFA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하거나 통과시켰다. 유아, 아동용 제품에 PFAS 사용을 금지하고, 현재 직물에도 PFA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캘리포니아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워싱턴주는 2025년까지 의류와 화장품, 소방관 장비 등 다양한 제품에서 PFA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메인주는 2030년부터 PFAS 사용이 불가피한 제품을 제외하고 의도적으로 PFAS를 추가한 모든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카펫과 조리기구, 화장품을 포함해 일반 가정용품에 PFA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 조사 발표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국내에서도 PFAS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와 사용금지, 규제 마련 촉구 등의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 PFAS는 화장품, 세제, 의복, 식품포장재, 치실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며, 수돗물에서 검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환경단체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국내 화장품 내 PFAS 분석 및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유통 중인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PFAS는 121종이 확인되었고, 20개 제품 중 10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PFAS가 4.02 ~ 105.50 ng/g으로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부산시민이 먹는 원수에서 과불화옥탄산(PFOA) 기준 최대 22.9%가 검출되었지만 이를 관리한 기준이 없어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다만 정수된 후 물에는 과불화옥탄산은 감시기준의 8.6%~14.3%가 검출돼 안전하는 것.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환경부에 방류수에 대한 배출기준을 마련해 줄 것과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처리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평생 노출되어도 위해 우려 없다"

2013년에 환경부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제품 이용 실태 및 관리방안 마련'이, 2015년에는 '과불화화합물 위해평가 보고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고된 바 있다.

지난달 1일 식약처는 과불화화합물 2종인 과불화옥탄산(PFOA), 과불화옥탄수폰산(PFOS)를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13종에 대한 통합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위해성이 낮다'로 결론 내렸다.

지난달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활 속 유해물질 통합 위해성 평가 결과 발표' 보도자료(왼쪽)와 과불화화합물 2종의 노출평가 결과표(오른쪽)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평생 노출되어도 위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노출량인 '인체노출안전기준'과 대비해서 위해 우려가 낮거나 노출 안전역이 확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PFOA와 PFOS 등 과불화화합물 2종의 주요 노출원은 90% 이상이 식품이며, 물과 먼지 등 환경으로 인한 노출은 낮아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이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가 미량일지라도 화장품이나 의류 등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되거나 밀 접촉되면서 매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분해가 어려우며 인체에 축적되는 PFAS가 포함된 광범위하게 다양한 제품을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규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성인보다 취약한 아동이나 임산부 등의 제품에서는 특히 이러한 화학물질 그룹에 대한 예방적 위험 관리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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