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버거 팝업을 연 프렌치 요리의 전설 알랭 뒤카스
비건 메뉴로 완전히 탈바꿈한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대니얼 흄
대체육을 사용하거나 기존 메뉴에 비건 메뉴를 추가하기도

프랑스 최고의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최근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비건 버거 콘셉트의 팝업 '버갈(Burgal)'을 열었다.

뒤카스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21개의 미슐랭 별을 획득한 요식업계의 전설이다. 지난 2017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The Quest of Alain Ducasse)'이 제작됐을 만큼 프렌치 요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포스터 /다음 영화 갈무리

이번에 열게 된 버갈은 고급을 지향하는 그의 80여 개에 달하는 가게 중 가장 가벼운 채식 콘셉트의 가게다. 버갈이라는 이름도 'burger'와 'vegetal'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라고.

버거에 사용되는 빵은 비건 롤빵이며 각종 채소 패티에 가지 캐비어, 매운 비건 마요네즈, 피클이 선택사항으로 얹어져 나온다. 여기에 채소 또는 병아리콩 칩과 비건 초콜릿 무스를 곁들이면 완성된 식사 메뉴로 안성맞춤이다.

버갈 버거 /사진=vegnews

뒤카스 그룹에서 개발 책임자를 맡고 있는 쿠엔틴 비카스(Quentin Vicas)는 "우리 그룹의 첫 번째 야채 버거다. 이것의 시작은 몇 년 전 사람들이 품질이 낮은 햄버거를 먹으면서 건강과 지구를 망치는 것을 본 뒤카스 씨의 짜증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버갈 팝업은 6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성공적일 경우 소유하고 있는 매장에 비건 버거를 추가하는 것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보다 앞서 뉴욕에서 비건 메뉴로의 전환을 선언한 미슐랭 세프가 있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는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EMP)의 대니얼 흄(Daniel Humm)은 지난해 6월 10일 영업을 재개하며 비건 레스토랑으로의 변신을 알렸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와 대니얼 흄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봄맞이 메뉴 미리보기 '잣, 소렐(Sorrel), 녹색 병아리콩을 곁들인 파바빈'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봄맞이 메뉴 미리보기 '잣, 소렐(Sorrel), 녹색 병아리콩을 곁들인 파바빈'(왼쪽), 대니얼 흄(오른쪽) /대니얼 흄 인스타그램 갈무리

기존에 꿀과 라벤더, 오리와 각종 육류를 활용한 메뉴가 상징적이었던 데서 탈피, 새로운 비건 메뉴로 혁신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메뉴에는 당근·셀러리·밤·무·버섯 등 뿌리채소를 비롯해서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다.

흄은 펜데믹 상황이 생각의 변화를 일으켰음을 인정한다.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코로나로 인해 어두운 식당에서 나는 언어로서의 음식의 힘을 재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다시 문을 열면 식물들이 새로운 영감과 더 양심적인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적고 있다. 지난해 재개장을 앞두고 진행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럭셔리'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왼쪽) 대니얼 흄  (오른쪽)새싹과 아니스 우슬초를 곁들인 당근 타르타르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왼쪽)머랭을 곁들인 감귤류와 코코넛. (오른쪽)새싹과 아니스 우슬초를 곁들인 당근 타르타르 /대니얼 흄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과정에서 흄과 영국의 5성급 호텔 클라리지(Claridge's Hotel)와의 결별도 화제가 됐다. 흄이 수석 세프로 있었던 호텔 내 레스토랑 '데이비스 앤 브룩(Davies and Brook)'이 오픈한지 18개월 만에 떠나게 된 것인데, 그 이유가 완전한 식물성 요리를 선언한 흄을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 호텔과 흄은 SNS를 통해 원만한 이별을 알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영국 최초의 미슐랭 3스타 세프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Marco Pierre White)가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비건에 비판적이었던 고든 램지(Gorden Ramsay)가 자신의 가게에 비건 메뉴를 추가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은 점차 더 넓어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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