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노출 환경호르몬 제거하니 확연히 줄어든 농도"
문제 화학물질 그룹화하고 평가 프로세스 지연 막아 신속 통제해야
조사 결과 공유와 인식, 시민사회 목소리, 정부 규제, 기업 준수 등 순환되어야

일상에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 화장품 등 여러 제품들에 포함되어 있는 EDCs(내분비교란 화학물질, 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는 식품과 수돗물에서도 발견이 된다.

"EDC에 매일 노출되는 것은 현대 건강 유행병의 원인이 된다"/chemtrust 갈무리

지구 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합성 화학물질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가 우리 몸의 내분비 시스템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초의 과학 논문이 1938년에 발표되었지만,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적절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BPA의 경우 일부 국가나 혹은 어린이와 같은 취약계층이 사용하는 제품 등에서 규제가 되고 있는 추세다. BPA는 유럽 연합에서 생식 독성 물질로 분류되었으며 EDC로 식별되었고, 유아용 젖병과 임신한 계산원의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영수증 감열지 사용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BPA의 대체제로 사용하는 다른 비스페놀계 화학물질들 또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고, 단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양으로는 미미하다거나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기엔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환경의 노출로 인한 칵테일 효과 등으로 건강 취약계층에게는 특히 더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비스페놀 A의 대체재-비스페놀 S, 비스페놀 F 등 /'비스페놀류의 사용 현황과 위해성:소고'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자연과학연구소) 환경생물저널

우리 생활 속 환경호르몬의 피해에서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어린이집 노출 환경호르몬 제거하니 확연히 줄어든 농도

지난달 31일 개최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만들기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실장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 중 하나인 어린이집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노출될 수 있는 환경호르몬 소스(공급원)를 제거해주니 그 농도가 현저히 줄었다"

(좌측상단) 김원 실장, (우측 하단) 연구 결과 그림-왼쪽 회색 영역 안에 3개의 박스가 있다. 첫 번째 박스는 리모델링 전의 먼지의 첫 조사한 프탈레이트 농도, 두 번째 박스는 리모델링 전의 먼지의 두 번째 조사한 프탈레이트 농도, 세 번째 박스는 리모델링 후 수거된 먼지 안의 프탈레이트 농도

19개의 어린이집을 모집해 이 중 리모델링이 필요한 6곳을 선정해 각 10명의 어린이들을 부모님 동의하에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모집했고, 리모델링 전 후로 어린이들의 소변과 어린이집 먼지를 채취했다.

어린이집에는 2700여 개에 이르는 건축물 자재와 아이들 장난감, 교구, 가구 등을 조사했는데 PVC로 확인되는 것이 37%로 확인됐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환경 속 구성 물질에서 이러한 숫자가 확인된 것은 놀라웠으며, 바닥재나 벽지 등의 건축물에서 PVC가 가장 높게 확인되었다. 

PVC를 사용한 바닥재의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 안에 먼지의 프탈레이트 함량은 높아지기 때문에 바닥재를 중심으로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로 교체하는 식으로 어린이집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리모델링 전의 먼지에서의 프탈레이트 농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사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근본적으로 그 소스를 제거한 상태인 리모델링 후의 먼지에서는 70% 이상의 환경호르몬이 저감 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 소변에서도 프탈레이트 대사산물은 공통적으로 리모델링 전보다 이후에 그 농도가 30%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어린이가 활동하는 공간에 우리가 잘 모르는 다양한 유형의 환경호르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근본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교체해야만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린이 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고 그 효과는 과학적인 조사 결과로 나타난다. 이는 민간과 시민단체. 정부의 협조가 함께 필요한 실제 사례다"

문제 되는 화학물질을 그룹화하고 평가 프로세스 지연 막아 신속 통제해야

국제 POPs(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제거 네트워크 NGO인 IPEN의 글로벌 리서쳐이자 생물학 박사인 지트카 스트라코바(Jitka Straková)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20년 이상의 시간과 수많은 연구가 수행되는 동안 우리와 환경은 계속 BPA에 노출되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IPEN의 지트카 스트라코바(Jitka Straková) 발표 모습 /유튜브 영상 캡쳐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인간과 야생동물을 적시에 보호할 수 없게 되는 사례들에서 교훈을 얻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스트라코바는 "BPA 한 가지만 규제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비스페놀류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을 그룹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호르몬의 평가와 제한에서 화학물질을 그룹화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호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예방과 시기적절한 보호를 위해서는 평가의 초점을 '증거 부족'이 아니라 '유해한 영향이 가능한 증거'로 변경해 평가 프로세스가 지연되지 않고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BPA의 위험한 특성에 대한 증거를 입증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이 들었고, 일부 회사는 위험에 대해 동의하기 전에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는 주장을 지속해왔으며, 법원을 통해 규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를 지연시켜왔다는 것.

결과적으로 BPA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일부에만 금지되고, 또 다른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어 노출은 계속되고 있다.

'EDC free ASIA'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에서 아시아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지우개에서 프탈레이트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장난감에만 한정되어 있던 국내 규제가 점점 확장되면서 어린이 제품과 공간까지도 제한하는 데 이르게 된 이유다. 

이러한 법들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조사와 결과를 공유하고, 여러 시민사회의 제안과 목소리가 모여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확대해가는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아시아' EDC Free ASIA 컨퍼런스 유튜브 화면. (왼쪽) 백도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오른쪽) 박봉균 환경부 화학안전정책기획 단장 

환경부 화학안전정책기획 박봉근 단장은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정부와 기업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고 시민사회가 참여해 대안과 의사결정에 참여해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 규제가 또 다른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중요하다. 대안을 요구하고 찾아 선택해 바꾸는 시스템화와 이것이 집행이 되고, 안되는 경우는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순환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팀장의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CG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팀장은 아시아 공동조사 결과 발표 말미에 "실제 조사로 결과가 확인되면, NGO에서 캠페인을 하고, 유해성을 알게 되는 시민들이 생겨나서 정부는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기업은 규제를 지켜나가는. 이러한 순환이 아시아에서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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