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용 튤립 조화 4, 콜리플라워 1종
20개 중 5개 조화 제품에 '단쇄염화파라핀' 검출...발암가능물질 2B군
국내 '잔류성오염물질관리법' 통해 제조와 수입·사용 금지
"완제품 내 비의도적 불순물 등은 제외...실제 사용제품 적용 어려워"

튤립 생화(왼쪽)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튤립 조화 제품들(오른쪽) /구글 검색 결과 화면

지난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조화 제품 중에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히는 튤립 조화. 요즘 나오는 이 튤립 조화는 은은한 파스텔톤의 꽃송이와 푸르른 잎의 색과 모양이 마치 생화와 구별이 힘들 정도다. 시들지 않고 아름다운 이러한 조화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다.

조화는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철심 등을 이용해 천연 식물을 모방해 만든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조화의 꽃잎은 PE, 나일론, PVC 등으로 만들어지고, 줄기는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이러한 조화 제품들에 우리 몸에 해로운 유해물질은 없을까?

조화 20개 중 5개 제품서 발암가능물질 검출...'단쇄염화파라핀'

5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유통 판매 중인 조화 20개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안전성을 시험했는데 이 중 5개 제품에서 잔류성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단쇄염화파라핀' 준용 기준을 초과 검출된 조화 제품 및 시험결과 /한국소비자원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은 강한 독성을 지니고 광화학적, 생물학적, 화학적 분해가 되지 않고 환경 내에 오랜 시간 축적되어 사람과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는 화학물질로 '스톡홀름협약'에서 지정한 물질이다.

이번 조사에서 인테리어용 5개 제품에서 준용 기준인 1500mg/kg을 최대 71배를 초과한 단쇄염화파라핀이 검출되었다.(유럽연합 기준) 인테리어용 튤립 조화 제품 4개 줄기 부위에서 기준 초과 검출되었고, 콜리플라워 조화 제품의 꽃잎에서는 단쇄염화파라핀이 10만6000mg/kg이 검출되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기준 초과 검출된 제품들 외 나머지 인테리어용 5개, 헌화용 4개, 화환용 6개 조화에서는 불검출 되거나 기준 이내로 검출되었다. 시험항목 중 '헥사브로모사이클로도데칸'은 조사 대상 전 제품에서 불검출 되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조화 20종 조사 시험항목 및 방법 /한국소비자원

'단쇄염화파라핀(Short-chain chlorinated paraffins, SCCPs)'은 탄소수가 10~13의 염소 함유량이 48wt% 이상 함유된 물질로 난연제, 플라스틱 가소제, 금속 제조 시 사용되는 첨가제, 도료, 코팅제에 포함되어 있다.(출처:지류포장재의 환경호르몬 종류와 규제실태)

이 물질은 눈과 피부를 자극하고 면역체계 교란과 중추신경계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국제암염구소, IARC 발암가능물질 2B군 분류) 또한 타 물질에 비해 환경에 오래 잔류하며, 고래와 같은 상위 포식자일수록 체내 축적량이 많아진다.

SCCPs 화학구조 /한국방재학회논문집 갈무리
SCCPs 화학구조 /이미지=한국방재학회논문집

국내에서 '잔류성오염물질관리법'을 통해 이에 대한 제조와 수입·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적용범위가 제품과 완제품 내에 비의도적인 불순물이나 부산물로 미량 존재하는 경우는 제외다. 소비자원은 완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준이 없어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제품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의 경우 모든 완제품 내 단쇄염화파라핀 함량을 1500mg/kg 이하로 제한하며, 완제품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될 경우 농도 제한 등 규제 조항을 통해 적극적인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관련 사업자에게 자발적 품질 개선을 권고하고,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사용 저감과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조화 사용에 신중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부처에는 폐기 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단쇄염화파라핀의 허용기준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2개의 화훼장식관련 협회들이 모여 국내 화훼장식 산업발전과 법률 개정을 위한 첫 공청회에서도 화훼산업법으로 경조사 화환 재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시행되었지만 80% 이상이 조화를 사용한 재사용 화환이 화훼산업 전반에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재사용하지 않고 새꽃으로 제작한 정품화한이라고 표시된 근조화환. ⓒ포인트경제
재사용하지 않고 새꽃으로 제작한 정품화한이라고 표시된 근조화환. ⓒ포인트경제

주로 조화는 실내외 인테리어 장식과 헌화, 화환용으로 판매되는데, 재활용이 어렵고 대부분은 소각이나 매립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조화 폐기물은 생활폐기물에 해당하며 1일 평균 300킬로그램 이상 배출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업장폐기물에 해당된다.

한 화훼업계 관계자는 "한창 인기 많은 튤립 조화가 실제 생화처럼 예쁘게 잘 나와서 조화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환경 문제 때문이라도 실질적인 대안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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